서울시내 고교 5곳 중 1곳은 과목별로 30% 이상 학생들에게 '수'를 주는 등 내신성적을 부풀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교육청에 의해 전체 학교의 성적부풀리기 실태가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교육청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성적 부풀리기 근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이를 근거로 성적을 부풀린 학교에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성적 부풀리기 심각성 재확인=19일 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 일반계 고교 1백95곳 중 지난해 1학년 1학기의 과학과 영어 과목에서 30% 이상의 학생들에게 '수'를 준 곳은 각각 47곳과 4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국어과목을 부풀린 곳이 37곳(19%),사회 40곳(21.5%),수학 29곳(14.9%)으로 각각 조사됐다. 특히 일부 학교들의 성적 부풀리기는 도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D고의 경우 과학 과목의 '수' 비율이 58.5%에 달했다. A고는 국어 과목에서 전체 학생 중 52.1%에게 '수'를 줬다. 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성적을 기준으로 '수'의 비율이 30% 이상인 과목이 3개 이상으로 성적을 부풀린 혐의가 짙은 학교는 모두 25곳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시 교육청이 발표한 이 수치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풀리기 수위보다 낮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D고의 한 교사는 "교과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우' 정도는 받게 해 준다"며 "성적 부풀리기의 조사 범위를 '우'까지 확대해 조사하면 사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적 부풀리기는 일부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평어(수·우·미·양·가)만 반영하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은 일부 수도권 학교의 중간고사 문제가 기출문제와 대부분 같다고 주장하면서 해당학교의 시험 문제지를 공개한 바 있고 서울 10개 대학 입학처장들도 고교의 내신성적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성적 부풀리기 기준=시 교육청은 성적 부풀리기 기준에 대해 명확히 규정했다. 과목별 성적 부풀리기 기준은 △학교의 학년 평균성적이 일반교과는 77점,예체능은 78점을 초과한 경우 △과목별 '수'의 분포가 25%를 초과하는 경우 △전년도 문제와 비교해 쉽게 출제된 때 △평균점수가 전년보다 10점 이상 올라간 경우 등이다. 과목별 가이드 라인을 25%로 잡은 것은 내신 1∼3등급까지의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3%이기 때문이다. 또 '수' 비율이 30%가 넘는 과목이 전체 과목의 절반을 넘으면 학교가 의도적으로 성적을 부풀린 것으로 간주한다. 학교가 의도적으로 성적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되면 곧바로 장학지도와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시 교육청은 지난 장학기간 중 성적 부풀리기 혐의가 짙은 25곳의 학교 및 학업성적관리와 관련된 민원이 제기된 학교를 중심으로 특별장학지도를 벌일 계획이다. 시정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징계 등을 포함한 인사조치,학교 기본 운영비 감액,학교 시설·내부교구 개선사업에서 제외하는 등 '철퇴'를 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전국 시·도 교육청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교육감협의회 등을 열어 공동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도 대입전형 내신 반영 때 평어와 석차백분율을 동시에 활용하고 석차가 같을 때는 중간석차를 반영해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