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부터 시행될 미술은행(Art Bank)제도의 운영을 위한 공청회가 미술계 인사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미술은행이란 정부가 미술품을 구입해 공공기간이나 일반에 임대하는 제도로 문화관광부는 올해 25억원의 예산으로 200-300점의 미술품을 구입하고 내년부터 향후6년 간 연간 예산을 30억원 내외로 늘릴 예정이다. 오랜 불황에 허덕이는 미술계가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 미술은행 제도의 도입을 환영하고 있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견이노출됐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미술협회 이영길 사무처장은 전체 구입액수의 15%를 현장에서 구매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화랑을 통하지 않고 작가들에게 직접 구매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화랑과 작가 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화랑을 통해 작품을구입하려면 먼저 화랑이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화랑협회 김창수 총무이사는 화랑이 활성화해야 작품 판로도 이뤄진다고 반박하며 15%로 한정된 현장구입비율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업미술가인 이순애 씨는 작품구입대상 작가를 개인전 1회, 기획전 또는 그룹전 4회 이상을 제한한 데 대해 이 정도의 경력자는 대학원 졸업생 수준의 미술가라고 지적하면서 작가적 의지가 확고한 작가에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작품 구입수를 작가 1인에 2점 이내로 제한한 것은 작품별 가격차를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구입작품수와 액수에 제한이 없어야 하며 장르별, 지역별, 성별로 작품구입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민술인협회의 배인성 사무처장도 미술계 불황의 최대 피해자인 지방, 여성작가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심사위원회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은행제도의 독자적 운영을 담당할 가칭 `한국미술문화진흥재단'이 설립되는2007년 전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술은행제도의 운영을 위탁한 것은 밥상에숟가락 하나 더 얹어 놓은 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미술계의 고질적 병폐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작품추천위원회, 구입심사위원회의위원을 최종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위촉토록 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구입대상을 신진작가로 제한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나 구입대상에공예부문도 포함시켜 달라는 제의도 나왔다. 이 같은 다양한 이견은 미술은행이 자칫 성별, 연령별, 장르별, 단체별 안배를고려한 선심성, 소액 다건주의식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미술계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