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계에서도 아이디어와 능력에 따라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글로벌 공동연구 시대가 열렸습니다.이는 시대의 흐름입니다.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지식 재산권을 공유키로 한 것과 마찬가지 개념입니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를 설립한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기술을 공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연구 시간을 단축시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천의대와 하버드대간 뇌과학 영상시스템 공동연구 협력협정 체결의 산파역인 이 이사장을 17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만났다. -이번 공동연구 협력협정 체결에 대해 평가한다면.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하버드대 뇌영상센터는 세계적 뇌 의공학자인 조장희 박사와 뇌 영상 대가인 율레즈 교수가 각각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소규모 공동연구를 수행한 적은 많습니다. 그러나 세계적 과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류대학과 대형 과학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봅니다. 어떤 특출한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특허출원을 통해 세상에 이를 공개하고 연구자들이 아이디어와 지혜를 '퍼즐식'으로 모아 성과를 얻어내는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감하게 과학기술 연구의 문호를 개방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겠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공동 수행하게 됩니까. "우리 연구소는 뇌 속의 모든 분자(DNA) 움직임을 낱낱이 들여다 보면서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PET-MRI 퓨전영상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하버드대 뇌영상센터는 실시간으로 환자의 뇌를 수술할 수 있는 PET-MRI 영상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PET-MRI 영상을 이용한 연구방향은 비슷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우리 연구와 아이디어가 한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가 우리 측에 먼저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두 연구소는 공동연구를 통해 획기적 기술을 개발해내고 연구기간을 단축하며 중복 투자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지식재산권을 공유하게 됩니다." -가천의대의 PET-MRI 퓨전영상 시스템이 개발될 경우 어떤 효과가 기대됩니까. "인류가 뇌질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세계에서 치매 등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2억명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기준으로 노인성 뇌질환 환자가 4백10만명에 달합니다. 뇌세포 분자의 움직임을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면 치료는 물론 예방도 가능해집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지요." -산업화로 거둘 수 있는 부가가치는 어느 정도가 될 것 같습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성 뇌질환 환자의 비용부담이 연간 3조원에 이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밝힌 2003년도 뇌질환 치료 투자액 2천억달러를 감안할 경우 세계시장은 1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솔직히 금액은 천문학적이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천의대와 하버드대 연구소가 관련 기술개발에 열정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대학의 뇌 영상연구가 다른 의공학분야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BT),신소재,나노(NT),인지과학(CS)으로 연결되는 '바이오 메디컬 엔지니어링' 즉 의공학 분야에 중요한 인프라를 제공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바이오 분야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도 뇌 영상 기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장기를 신체에 이식할 경우 뇌세포의 반응을 정확히 읽어 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로봇의 인지능력도 이에 해당합니다. 하버드대 뇌영상센터와 가천의대의 연구는 모두 의공학과 불가분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지요." -세계 유명 대학과의 연구 프로젝트 공동 추진에 필요한 투자비는 어떻게 조달할 계획입니까. "연구인력은 수백명 이상 확보할 생각입니다. 우선 하버드대와 연구 인력을 교환하고,캘리포니아대 등에서도 엘리트 연구원을 모셔올 예정입니다. PET-MRI 퓨전영상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갖추게 되면,세계 최상급과 견줄 만하다고 봅니다. 투자는 1차로 6백40억원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얼마가 더 투자돼야 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필요는 없는지요. "처음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는 제가 의사로 일할 때였습니다. 노인성 뇌질환으로부터 환자들을 해방시키고 조장희 박사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프로젝트가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투자액이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으며 일본의 '뇌영상 오가와연구소'도 모든 것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5∼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이냐를 생각하고 중점 투자분야를 선택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