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과의 개별회동 요구 여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못 만날 이유도 없다"며 "가끔 만나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사업의 큰 성공을 이룬 분들의 경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재벌총수뿐만 아니라 큰 성공을 이룬 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가 원하는 규제완화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인 투자도 요청하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조용히 만나 애로사항 들어주고 투자를 독려하는 방식은 과거 '제왕 시대'(제왕적 대통령)에 하던 일이지,민주주의 지도자 시대에 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말했다. 이어 "이미 관치경제 시대가 끝났고 정부가 규제나 권력으로 기업을 좌우하는 시대도 지나갔다"며 "한번 만나 등 두드려줘서 사기 살린다는,그래서 기업 사기가 살고 투자가 늘어난다는 사고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별단위로 만나서는 아무 것도 줄 수가 없고,특별한 격려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 개별회동에 소극적인 이유다. 투자 확대의 필요성은 크게 인정하지만 대통령과 총수의 만남으로 풀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노 대통령은 "(내가)총수와 회동해서 살아나는 투자 의지는 진정한 투자의지가 아니다"며 "합리적인 투자의 계산,투자판단에서 도전적인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해 그간 밝혀온 인식구조와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