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기조가 개혁일변도에서 탈피해 기업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올인' 정책과 코드를 맞추듯이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개혁이라는 원칙론에서 경제 살리기라는 현실론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업의 사기진작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반기업정서가 개선되고 있는 여론의 흐름과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당장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부분적으로나마 완화하려는 당정의 움직임이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0일 비공개 당정 간담회에서 현재 5조원으로 돼있는 출자총액제한제 적용 기준을 7조∼8조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실제 강봉균 이계안 의원 등 당내 경제통 의원 뿐 아니라 일부 소장파까지 이에 적극 동조하는 양상이어서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정책 관계자는 11일 "어려운 경영 및 투자여건을 감안해 재계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한다는 쪽으로 당내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일단 무산된 과거분식회계의 집단소송 유예 문제도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당내에서는 재경위원과 경제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지난해 말 반대했던 일부 의원조차도 "과거회계에 대한 집단소송 유예문제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며 "2월 국회에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기업 경영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 경제활성화대책위원장인 강봉균 의원은 "정부의 경제살리기 대책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정부가 실행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를 포괄적으로 사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속도감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기업 투자활성화와 규제개혁,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책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이달중 고위 당·정·청 회의를 집중적으로 열어 경제활성화 대책을 확정한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