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사상 최악수준으로 떨어져 당분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부의 잇단 서민생활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득감소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장기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비관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탄식이 경제지표로 입증됨에 따라정부가 올해 내수회복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는 5% 성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때 이른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저소득층, 중산층 소비심리 최악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서 소비자기대지수는85.1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지수의 경우 지난해 4월 103.6에달하던 것이 8개월만에 74.2로 수직하락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경기비관론에 빠져 있음을 보여줬다. 또 생활형편, 소비지출, 내구소비재구매, 외식.오락.문화 등 소비자 기대지수를구성하는 모든 항목이 하락세를 보여 소비자들의 심리가 전방위로 악화되고 있음을나타냈다. 이 가운데 내구소비재구매(85.3→82.4)와 외식.오락.문화(81.3→79.2) 등은 각각 외환위기 당시인 99년 3월과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비관론은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에서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 서민들의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월평균 100만원 미만 소득자의 소비자기대지수가 77.1로 2개월 연속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100만원대, 200만원대, 300만원대소득계층의 기대지수도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던 월소득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기대지수는 93.1로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냈다. 연령별로도 20대의 기대지수가 98.0으로 회복세를 나타낸 반면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연령층은 일제히 전달보다 하락,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인 비관론이 점차 확산되면서 6개월전과 비교해서 현재의 경기와 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지난달 62.2로 2003년 9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경제지표 악재 일색..회복 난망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은 실제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월 소비자전망 조사에서 가계수입 평가지수는 80.8로 3개월째 떨어져 역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6개월전에 비해 수입이 늘었다고 대답한 가구는 전체의 14%에 그친 반면줄었다는 가구는 39.5%에 달했다. 나머지 46.5%는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또 6개월전과 비교해 현재의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자산평가지수도주식,채권에서만 소폭 상승했을 뿐 주택.상가, 토지.임야, 금융.저축 등에서 일제히하락했다. 반면 저축이 증가했다고 밝힌 가구는 14%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많은 소비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는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한결같이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소매업 생산이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22개월재 감소세를 나타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여지없이 반영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해당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 향후 경기전환시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지난해 11월까지8개월 연속 추락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임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말 담뱃값, 우편요금 등이 오른데 이어 올상반기에도 전기요금, 하수도요금, 쓰레기봉투값 등 공공요금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어 소비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침체 구조적 요인..5% 성장 '암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개인소득에 대한 분석 및 민간소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소비부진 장기화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개인의 소득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1~97년 개인의 순처분가능소득은 매년 12.4%씩 늘었으나환란 이후인 99년부터 지난 2002년 사이에는 증가율이 5.0%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각종 신용회복 지원 등으로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소비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같이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내수침체가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급격한 회복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동철 KDI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이자율은 계속 떨어지면서 임금외의 분야에서 개인소득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전하고 "이는 소비부진의 결정적인 이유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주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수회복"이라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종합투자계획은 빨라야 오는 2006년 이후에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 연구원은 "이런 공백을 메우려고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 하더라도 예년의경험으로 미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