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인사시스템 개선을 지시하면서 3가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이번 인사로 인한 고심과 좌절감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정무직 등 고위 공직자 후보의 재산검증을 위한 사전동의서를 받아 검증하는 방안 △검증과 관련된 설문 및 답변서를 (후보로부터) 사전에 제출받는 방안 △국무위원(장관급)은 해당 부처와 관련된 국회상임위에서 하루정도 사전 인사청문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 국회상임위의 인사청문을 통한 검증방안이 관심을 끈다. 이는 현재 법으로 청문회가 명문화된 감사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의 임명청문회와는 강제성과 구속성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방안으로 보인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주요 공직에 사회적 여론의 검증을 받은 적이 없는 인사가 갑자기 부각되면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예방하자는게 이 방안의 취지이다. 이번 '이기준 인사파동'에서도 "과거의 그 정도 흠결은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여론과 완전히 따로 놀다가 당한 자충수다. 일종의 적격심사여서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유력한 인사가 사전단계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돼 기용자체가 원천 봉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재산검증용 사전동의서는 공기업 사장 등 일부 정부산하단체장 선임 과정에서 이미 인사수석실이 시험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앞서 주공사장 등을 선임하면서 이 방법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후보가 동의서에 서명한다면 민정수석실은 합법적으로 해당 후보의 금융계좌를 추적,재산형성 과정에 확대경을 가져다 댈 수 있게 된다. 이 전 부총리를 비롯 초반에 낙마한 다수의 공직자들이 1차적으로 재산문제에서 걸려 넘어지곤 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