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지킴이…79세 신형상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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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다시 직장인이 됐습니다.
몸은 고단하지만 다시 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떨리네요."
서울 노원구 상계1동에 사는 신형상 할아버지(79)는 지난 3일부터 아침 5시에 '출근'한다.
그의 직장은 지하철 2호선 서울역 10번 출구.
개찰구 옆에 서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고 무임승차하는 사람을 적발하는 '지하철 지킴이'가 그의 일이다.
오는 6월까지 일주일에 세번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일을 하는 일종의 '파트타임 잡(Job)'이다.
한달동안 일하고 나서 받는 돈은 20만원.
"아들딸이 주는 용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땀흘려 일해 번 돈이 더 값지지요.
월급 받으면 손자들 용돈도 주고 친구들과 대포도 한 잔 할 겁니다."
해방 직후부터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한 신 할아버지는 지난 1982년 정년 퇴임했다.
직장을 떠난 뒤 할 일이 없어서 집에서 마냥 지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미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딸을 찾아가 8년을 같이 살기도 했다.
92년 귀국한 신 할아버지는 무언가 일을 하고 싶었지만 나이든 노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없었다.
"여러 곳을 찾아가 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가 노인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지하철 지킴이'에 노인회 추천을 받아 뽑힌 것.
젊은 공익근무요원들이 하던 무임승차 적발등을 맡는다는 말에 처음에는 망설여졌다.
하지만 실제 일을 하면서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
초기에는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는다.
신 할아버지는 이번 일을 끝낸 뒤에도 다른 일거리를 찾을 생각이다.
작은 일거리라도 주어진다면 앞으로 5년은 더 일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신 할아버지는 "노인을 무조건 걸림돌로 보는 인식이 사라졌으면 한다"며 "앞으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문의: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 1588-1877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