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시간입니다."


디지털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침대에 있는 자가진단 시스템이 심박수와 혈압,체온 모두 정상이라고 알려준다.


욕실에 들어서니 세면대의 디스플레이가 몇시간 뒤의 기상과 교통정보를 보여준다.


변기에 앉자 거울 화면은 조간신문 주요기사로 바뀐다.


용변을 끝냈을 때는 체중과 체지방 당뇨치가 홈 서버와 건강센터로 전송된다.


아침을 먹는 동안에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아내와 아들이 에펠탑에서 찍은 동영상이 뜨고 곧이어 가상 비서가 오늘의 스케줄과 복장을 챙겨준다.


출근길에는 차량 내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도로교통 중앙제어장치를 통해 주행정보와 소요시간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점심 식사 후에는 스마트폰으로 거래업자와 급한 협의를 마치고 전자주민증으로 온갖 것들을 사고,잡무도 해결한다.


퇴근하자 홈 서버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아내가 좋아하는 뉴에이지풍의 피아노 선율을 깔아놓았다.


눈이 스르르 감겨오는 사이 자가진단 시스템에서는 주치의의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당뇨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음식에 신경쓰세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5년 뒤 유비티즌의 하루는 이렇게 펼쳐진다.


유비티즌이란 언제 어디서나 첨단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네티즌이 PC를 통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컴퓨터 사용 세대라면 유비티즌은 컴퓨터 조작능력을 갖추지 않고도 모든 것을 누리는 일반인이다.


'2010 대한민국 트렌드'(LG경제연구원 지음,한국경제신문사)는 이처럼 몇년 안에 우리 사회를 움직일 주요 트렌드 71가지를 심층분석하고 그 흐름으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삶의 방식을 발견하도록 안내해준다.


90여명의 석학 연구원들이 제시하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 사회 풍속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고를 찾아 떠나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서비스 투어리즘'으로 나타나고 집에서 안전하게 쇼핑을 즐기는 '디지털 코쿠닝'을 낳을 것이다.


이동 중에도 물건을 단말기로 주문하고 배달받는 '트랜슈머',신용카드를 밀어내는 '전자화폐'와 단말기가 기지국이 되는 '바이러스 이동통신',젊게 늙고싶은 '샹그릴라 신드롬' 등 기술·문화 트렌드와 함께 나이가 두렵지 않은 '액티브 시니어' 등 인구 트렌드까지 망라돼 있다.


경영 부문에서는 합칠수록 강해지는 '퓨전경영'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크리스탈리즘',불황일수록 빛나는 '감성경영''환경경영' 등이 돋보인다.


'위험기피형 사회''신소비대국으로 가는 중국' 등 글로벌 트렌드까지 엿볼 수 있다.


변화의 예각을 읽고 한발 앞서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


3백80쪽,1만2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