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조선시대 한양(漢陽) 도성지도로는 가장 크고, 도성을 구획한 하위 행정단위인 329개 계(契) 전부의 정확한 위치와 이름을 기록한 조선시대 가장 상세한 도성대지도(都城大地圖)가 공개됐다. 지도는 제작시기나 진경산수화 기법이 구사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겸재 정선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이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우림)은 도성대지도와 함께 실록과 함께 조선왕조 역사 편찬의 양대축을 이루는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를 작성하는데 직접 자료로 활용된 사초(史草) 원본 뭉치를 발굴해 6일 공개했다. 도성대지도는 세로 188㎝, 가로 213㎝에 이르고 있으며, 18세기 한성 지도를 자연 지형과 지물에 따라 각종 컬러로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채색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이상태 자료조사실장은 "지금까지 조선시대 도성도는 40여 종,약 100점이 알려져 있으나 이 지도가 갖는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18세기 도성의 방(坊)과 329개 계의 이름과 위치를 정확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선은 음양오행설에 맞춰 도성을 5부(部)로 분할한 다음, 각 부는 다시 방(坊)으로 세분했으며, 방(坊)은 다시 계(契)로 분할됐다. 이번 대지도에 나타난 329방이라는 숫자는 영조 27년(1751)에 도성 개편 당시 정보와 거의 합치된다. 이상태 실장은 "지도에 수록된 정보를 각종 기록과 대비해 볼 때 작성 시점은영조 29(1753)-40년(1764) 사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 지도가 정말로 정선작품이라면 그의 몰년(1759)을 감안할 때 작성시점은 더욱 좁혀진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이 함께 공개한 승정원사초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광주이씨(廣州李氏) 이원정(李元禎) 종가 소장 고문서에 포함돼 있었다. 이는 왕명 출납을 담당하는 승정원(承政院.대통령비서실)에서 기록 담당관인 주서(注書)였던 이담명(李聃命)이 현종 13년(1672) 6월18일부터 숙종 2년(1675) 윤5월8일까지 조선정치사를 상세히 기록한 초서체 원본이다. 사초는 원칙대로라면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작성에 활용되었다가 해당 역사서가편찬 완료되면 세초(洗草)되어 없어져야 하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 자료를 같은 시기에 해당하는 `현종실록'과 `현종개수실록' 관련 기록과 비교 검토한 김경수 청운대 교수는 상당 부분에서 합치되는 대목을 발견하고는 "이 사초는 실록 편찬 때 원본자료로서 제출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가 편찬, 완성된 과정을 더욱 상세하게알게 되었으며, 승정원 주사의 역할이 사실상 춘추관의 사관에 맞먹는 기능을 수행했음을 확인하게 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도성대지도를 세부별로 상세히 소개한 도록 `도성대지도'를냈으며, 승정원사초는 원전 영인본과 이에 대한 정서본(正書本)을 동시에 발간했다. 사초는 분량이 많아 내년에 2집이 나올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