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보수적 투자도 리스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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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겐 뢰플러 < 하나알리안츠 사장 >
투자리스크를 생각해볼 때 먼저 떠오르는 건 주식시장 붕괴,대기업 부도,정부채권까지 원금손실을 가져오는 급격한 금리인상이다. 원금손실은 투자자에게 치명적이다.
따라서 원금을 잃지않고 고정이자를 지급하는 은행예금을 선호한다. 한국에선 가계금융자산의 50% 이상이 은행예금이다.
은행예금은 투자에서 디폴트 선택처럼 보인다.
역설적으로 가장 흔한 투자리스크 가운데 하나는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투자리스크가 긍정적 측면을 갖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친다.역사적으로 볼때 주식처럼 가격변동의 위험이 큰 투자종목일수록 장기적으론 더 큰 수익을 낸다.
일부 보수적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기회를 버리는 대신 원금을 손실로부터 보호할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답변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중의 하나는 리스크 없는 투자는 단순히 수익률이 낮은 게 아니라 많은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결국 부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이다.
세금과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장기적인 데이터는 가장 보수적으로 이뤄진 투자라 할지라도 수익률이 인플레이션을 1% 이상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
3.0%의 인플레이션이 있는 환경에서 3.5%의 이자를 남기는 은행예금의 경우 실질 수익률은 0.5%에 불과하다.
이자수입에 대한 세율이 30%라면 실질적인 수익률은 이미 마이너스다.
(3.5%-1.1%-3.0%=-0.6%) 세금은 인플레이션을 제한 후의 실질 수익률이 이미 마이너스라 할지라도 명목수입에 대해 적용된다.
물론 이는 은행예금이나 단기 금융시장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항상 나쁜 투자방법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들은 초단기,초유동성 투자를 위해선 적격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다면 다른 투자 대안들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세금과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한 후에도 부의 유지와 증대를 위해 투자자는 주식이나 채권처럼 좀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공짜란 없다. 인플레이션과 세금을 제한 후에도 의미있는 수준의 장기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장기채권,주식,부동산 또는 사모펀드와 같은 대체투자를 하면서 그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투자자는 먼저 투자목표를 명확히 하고 현실적인 수익전망에 근거,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주식과 같은 형태의 위험자산에 얼마만큼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되면 수익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배분 결정에 있어 리스크의 감수를 투기나 공격적 투자전략과 혼동해선 안된다. 후자는 손쉽게 투자 목표미달 혹은 부의 파괴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높은 장기 수익성 보장을 위해선 분산투자와 더불어 일정한 자산분배 방식을 준수하는게 중요하다.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떨어지기 전에 팔면서 시장의 타이밍을 맞춰 시장변동을 피하거나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것이 매력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실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주식시장은 대체로 불규칙적이고 큰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식시장의 장기수익률은 단 며칠의 급등장에 크게 의존한다.
다시말해 단 며칠의 급등장을 놓치면 장기수익률의 상당부분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 경제전문지에 이런 글이 실린 적이 있다.
"1990년대 미국 주식시장이 엄청난 상승세를 경험했다는 것은 흔히들 알고 있는 상식이다.하지만 급등장을 시현했던 1.5%의 거래일을 놓친 투자자의 10년간 수익률이 '0'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현실적으로 10년 동안에 급등했던 1.5%의 거래일이 언제일지를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투자자들은 주식비중을 수시로 바꾸는 펀드매니저를 조심해야 한다.
처음 1∼2년은 괜찮은 실적을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공격적인 시장 타이밍은 득보다 실이 많다. 인생처럼 성공적인 투자에 있어서도 일관성과 인내심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