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K딕상 후보에 올랐다는 건 저에게는 너무 굉장한 일입니다. 상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일생일대의 사건이라고 생각해요.”정보라 작가(사진)는 미국의 공상과학소설(SF) 문학상인 필립K딕상 후보에 오른 소감을 최근 이같이 밝혔다. SF 작가 필립 K 딕을 기려 제정된 이 상은 휴고상, 네뷸러상과 더불어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힐 정도로 권위가 높다.정 작가의 <너의 유토피아> 영어 번역본은 지난 10일 발표된 필립K딕상 후보 여섯 편 가운데 하나로 올랐다. 안톤 허의 번역으로 <지난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됐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작품이 3대 SF 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은 오는 4월 18일 발표된다.정 작가는 “후보에 든 건 번역자인 안톤 허의 역량이 90%”라고 번역가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한국 SF는 인문학적이지만 과학을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는데, 진입 장벽이 높지 않으면서 따뜻한 관점에서 인간성을 성찰하는 게 한국 SF의 특징”이라며 “한국 SF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토대가 있다”고 강조했다.정 작가는 1998년 연세문화상에 단편 ‘머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2017년 출간한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미국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상을 받았다.구교범 기자
겨울은 미술·전시업계가 싫어하는 계절이다. 날이 추워지면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끊기기 때문이다. 적잖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1월 문을 닫고 봄 전시 준비에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작품 좀 본다’는 사람은 이런 전시 비수기의 갤러리를 노린다. 화랑들이 젊고 유망한 작가를 소개하는 기회로 비수기를 활용해서다.올해도 강남 화랑가에서는 연초를 맞아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신사동 화이트큐브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계 작가 툰지 아데니-존스(33)의 개인전과 청담동 지갤리에서 열리는 송예환(30)의 개인전이 단적인 예다. ‘서아프리카의 생명력’을 작품에영국 런던의 나이지리아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나 러스킨예술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아데니-존스는 글로벌 대형 화랑인 화이트큐브의 사랑을 듬뿍 받는 유망 작가다. 2021년 런던 본점에 이어 홍콩과 프랑스에서 관객을 만났고, 이번에 서울에서 화이트큐브와 함께하는 네 번째 전시 ‘무아경’을 열었다.나이지리아 이민자 가정에 뿌리를 둔 그는 서아프리카를 자신의 정신적 뿌리로 여긴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요루바 전통’. 요루바는 ‘삶을 축하한다’는 뜻으로, 서아프리카 전통문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아데니-존스는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문화권에서는 자연에 영성적인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작품에 서아프리카 전통 의상과 직물에서 따온 색감, 춤추는 듯한 신체의 모습을 담는 이유다.아데니-존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설 명절 기념 공연 ‘2025 축제 祝·祭’를 연다. ‘왕을 위한 축제’라는 주제로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기운차게 열고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이번 공연은 서울 장충동 해오름극장에서 오는 29~30일 이틀간 총 7개 작품이 3장에 걸쳐 펼쳐진다. 지난해 명절 기획 공연에서 사랑받았던 전통춤뿐만 아니라 화려한 춤사위와 장단으로 흥을 돋울 신작도 무대에 오른다. 한국무용이 생소한 관객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끔 전통춤 본연의 멋을 살린 다양한 소품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출을 추가했다.1장 ‘구나’는 궁중에서 악귀를 쫓는 의식으로 시작한다. 사귀를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한다는 의미의 ‘벽사진경’은 묵은해를 보내며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았다. 남성춤의 담백함에 강인한 멋을 더해 역동성을 극대화했다.이어지는 2장 ‘연향’은 손님을 불러 잔치를 베풀고 대접하는 장이다. ‘왕의 행차’는 새해를 맞아 임금이 회례연에 참석하기 위해 행차하는 장면을 그린다. 왕과 왕후의 움직임 속 응축된 힘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춘앵전’은 조선 순조 때 창작된 궁중정재의 하나로 절제미가 돋보이는 춤이다. 2장의 마무리는 나쁜 기운을 쫓고 상서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처용무’로 장식한다.마지막 3장 ‘국중대회’는 왕이 주관하는 행사로 한 나라의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제천 의식이다. 3장은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왕비의 마음을 담은 ‘태평무’로 연다. 축원덕담으로 시작해 객석과 함께 호흡하며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