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35)씨의 부인은 지난해 4월 부부관계후 응급 피임약을 복용했으나 피임에 실패했다. A씨 부부는 이후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산부인과를 찾아여러차례 상담 끝에 임신중절을 결심하고 결국 수술을 받았다. 임신중절 수술이 산모의 건강에 나쁘다는 점을 알았지만 응급피임약이 태아에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처럼 성관계 뒤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고도 임신이 돼 중절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현재 각종 포털게시판에는 응급피임약을 먹고 임신했다는 네티즌의 상담 글이꾸준히 올라오는가 하면 서울 모 산부인과에는 1개월에 1명 이상이 이런 이유로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뒤 임신을 했을 경우, 태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구체적인 임상 실험결과가 나와 있지 않아 자칫 기형아를 출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뒤 일정 시간 내에 복용하면 배란억제ㆍ수정방해ㆍ착상억제 등의 효과를 내 임신을 막는 약으로 일명 `사후 피임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11월 논란 끝에 현대약품의 노레보정이 의사의 처방을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시중에 시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농도 호르몬제인 응급피임약이 태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소비자들도 불안한 마음에 어쩔수 없이 수술을 택하는 실정이다. 김창주 산부인과의 김창주 원장은 "호르몬제는 임신부가 복용해서는 안되는 약제로 돼있다"며 "제약회사는 응급피임약을 먹고 임신이 돼도 임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꺼림칙한 기분에 중절을 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학교실 김인규 교수는 "응급피임약은 고단위 호르몬제이기 때문에 태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며 "이런 이유로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고도 임신이 된 환자들 대부분이 유산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연세퀸산부인과의 조환승 원장도 "업체에서는 응급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이 95%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의사들 사이에서 응급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80%선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판매사인 현대약품측은 "노레보정의 주성분인 레보노르게스트렐은수십년 전부터 피임약의 주성분으로 사용돼왔을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됐다"며 "제조사인 프랑스의 HRA파르마사의 자료에도 이 성분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사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의사들은 임신을 원치 않는다면 사전에 피임을 확실히 하되, 불가피하게 피임을하지 못했다면 지체하지 말고 빠른 시간 내에 응급피임약을 복용해야 임신을 막을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