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너무 의존하면 제2의 아르헨티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개발도상국 구조조정 전문가인 데이비드 엘러만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철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남미의 진주'로 불렸던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2년 1천3백억달러에 이르는 대외채무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른 데에는 외국자본의 철수가 결정적이었다. 1996년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크레디아그리콜은 3개 은행을 통해 전국에 3백45개 지점을 두고 있었다. 통화위기 여파로 크레디아그리콜의 3개 은행 역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프랑스 모(母)그룹의 증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크레디아그리콜은 이를 거부,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외국인에게 은행을 파는 것은 성장과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0년대 금융개방의 선두주자였던 뉴질랜드의 사례도 비슷한 교훈을 준다. 뉴질랜드는 적극적인 금융개방의 결과 5대 은행인 웨스트팩 트러스트 뱅크,뱅크 오브 뉴질랜드 등이 모두 호주와 영국자본 소유로 넘어갔다. 이들 은행은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축소,인원감축,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자연히 은행 창구에서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서비스도 나빠졌다. 지방이나 농촌지역의 지점폐쇄로 이들 주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중소기업 대출기피로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자 외국계 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졌으며 결국 외국계 은행에 대한 '대항마'로서 2002년 4월 국적(國籍)은행 '키위뱅크'를 설립하게 됐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뿐 아니라 은행산업의 이익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