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자가 한푼두푼 어렵게 모은 12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1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거액'을 익명으로 내놓은 것이다. 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김모씨(56)는 지난 12월30일 대전시 판암동 동사무소 사회복지과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의류재활용품을수거해 모은 돈과 얇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에게 조금 도움이 되고자 모았다. 잘 써주시길…"이라고 쓰여 있었다.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때인 지난 1988년 허드레 일용직에서마저 실직,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해오다 현재는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고아출신으로 결혼한 적이 없어 부양가족도 없는 외로운 독신의 삶을 살아왔다. 실제 그의 한달 생활비는 10만원 남짓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20만원을 내놓으면서 "익명으로 해달라"고만 했을 뿐 부끄러워하며 도망치듯 나갔다고 한다. 공동모금회는 김씨를 행복지킴이 33호로 선정하고 김씨의 기부금을 소년소녀가정 입학생 등의 교복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충남 천안시청 청사내에서 구두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명덕식씨(54)도 17만원을 선뜻 기부했다.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불우이웃을 도와온 명씨의 누적 기부액은 300여만원에 달한다. 그는 지체장애인인 아내와 함께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성실하게 구두를 닦아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좋은 일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천사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등장했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상동4리 비봉경로당(회장 조병수.74)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1년동안 모은 폐신문을 판 100만원을 기탁한 것. 평균연령 77세의 노인들이 14㎏ 신문지 묶음을 1천400여개나 판 돈이다. 조 회장은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라며 "앞으로도계속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