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 작년은 한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온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해였다. 지상파DMB가 2004년 12월에 유럽의 월드DAB (Digital Audio Broadcasting) 포럼의 표준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또 독일 뮌헨을 시작으로 브라질 중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DMB시연회를 펼쳐 이동TV 부문에서 앞선 기술을 선보였고 현지의 호평을 받았다. 이 성과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기술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지상파DMB가 보유한 부인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방송사업자 측면에서는 저비용으로 이동TV라는 새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이용자 측면에서는 이동중에도 방송 프로그램을 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상파DMB는 한국이 개발해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표준으로 선정된 기술이다.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셈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 세계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 원천기술의 상당부분을 미국 퀄컴사에 의존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기술의 경우 기술의존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점이었으나 시장개척에는 퀄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지상파DMB는 우리를 위해 해외진출 노력을 대신 해 줄 세력이 아무도 없다. 사실 지상파DMB는 작년초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외 다른 국가로 확산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다. 그러나 독일 바이에른주의 방송 규제기관인 BLM이 국제 전시회를 통해 나타난 한국의 지상파DMB를 주시해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도입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 기관은 최근 한국 지상파DMB 시연회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요청해 왔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도입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으로 지상파DMB의 해외진출 노력은 계속돼야 하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개별 업체단위의 홍보활동 대신 정보통신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정부정책 방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또 산업체,연구기관,방송사 등 관련기관이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이 DMB에 관한 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DMB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지역별 국가별 특수성을 감안한 진출전략이 필요하다. 앞서 거론한 독일 중국 등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로 인해 지상파DMB 홍보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자국내 시장이 매우 크거나 혹은 주변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커 2차적인 기술확산 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이러한 분석을 거쳐 지상파DMB 진출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을 발굴해 거점화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례를 만든다면 지상파DMB 해외 진출은 보다 효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 유레카(Eureka)-147에 기반한 지상파DMB 서비스는 광둥성 불산 지역에서 이미 시작됐다. 그러므로 중국은 이미 운영 노하우 및 관련 기술기반도 어느정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이 가진 휴대용 단말부문에서의 월등한 경쟁력을 잘 활용해야할 것이다. 또 이동TV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통정보,LBS서비스 등 다양한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꾸준히 개발해 나간다면 중국서도 환영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지상파DMB 서비스가 하루 빨리 시작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활성화되는 것이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chy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