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동산 보유세제를 개편하기 위한 종합부동산세법 제정과 지방세법 개정이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진통을 겪으며 홍역을 치른 것은 구체적인 현안을 처리하는 정부·여당의 능력에 의구심을 심어줬다. 올 하반기 경기부양을 위한 '뉴딜 3법'도 핵심 법안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 조율에 실패한 채 보류되며 '반쪽 의결'에 그쳤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부터 시행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가운데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제 도입시기를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국회 법사위에서는 올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자고 미뤘다. 상장·등록 기업들 중 상당수가 3월께 결산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2월에 법을 개정해도 문제 없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지만,정작 기업들은 법 개정이 어떻게 결말날 것인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납입 보험료를 그대로 두고 급여율만 낮추는 쪽으로 당·정이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고갈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고,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반론까지 제기돼 처리가 늦어졌다. 중요한 정책 사안들은 대부분 법 개정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정부만 탓하기는 어렵고,경기가 나빠진 데에는 가계부채 급증과 유가 불안,환율 하락 등 대내외 요인들이 겹친 탓도 크다.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이 민생과 직결되는 기본적인 법률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개혁입법 등으로 힘을 분산시키고 지도부가 구속력 있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조차 당(黨)의 의사결정을 위한 합의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과시하려는 듯한 '말'을 내세움으로써 정책표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