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가 호주제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에 합의함에 따라 폐지 이후 제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안심사소위는 호주제 관련 부분을 정부 제출안으로 합의했는데, 이 안이 내년2월 임시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공포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시행하도록 돼있어 당장 호주제가 폐지되지는 않는다. 시행 시기에 대해 정부안에서는 민법개정안을 공포한 뒤 2년 경과 후로 정했으나 호주제 폐지 대안으로 어떤 신분공시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신축성있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호적 등ㆍ초본 문서가 새로운 양식으로 바뀐다 = 호주제가 폐지되면 일반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현재 발급되는 호적 등ㆍ초본이 바뀐다는 점이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이에 대해 "`종이 호적'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것"이라며 "표준 양식을 새롭게 정하는 것으로, 호적이 전산화해 있으므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신분공시제도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대법원이 내년 1월 중 국회에 제출하고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현재 개인별 신분등록제와 가족부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가족부제는기준이 되는 사람을 세워야 하므로 아무래도 남자가 기준인이 될 가능성이 많고, 신분변동사항이나 가족관계 등이 불가피하게 공개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여성부는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소요예산이나 효율성 등에 대한 관계부처나 전문가의 심도있는 논의가 좀더 필요한 상황이다. ▲가족 범위가 넓어진다 = 여야 합의안 대로라면 가족의 범위도 확대된다. 현재는 호주를 기본으로 해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민법에 의해 그 가(家)에 입적한 자로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바뀌게 된다. 즉,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며느리와 사위,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 처남, 처제까지 포함된다. ▲부성(父姓) 강제에서 부성 원칙으로 완화된다 = 현재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자(子)의 입적 및 성과 본' 규정이 개정된다.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 때 어머니의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바뀐다.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에는 부모의 협의에 의해 자녀가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출생자를 인지하기 전 성과 본을 사용할 수 있다.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는 상황에서 현재는 친아버지가 나타나 인지신고를 하면호적이 옮겨지고, 성도 바뀌게 되지만 앞으로는 부모 협의 때 어머니 성을 사용할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재혼가정의 자녀는 현재 성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민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능하게 돼, 성씨가 아버지와 달라 학교생활 등에서 경험하게 될 불필요한 편견은 상당부분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 또는 자녀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바꿀 수 있다. 이같은 사례로는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심리적으로 성을 사용할 수 없다고 자녀가 주장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여성부는 설명했다. ▲친양자제도 도입 등 =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민법개정안에는 자녀가 양아버지를 맞게 될 경우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호적에도 양아버지의 친생자로 기재하는친양자제도의 도입이 포함돼 있다. 친양자 제도의 적용 대상은 7세 미만(정부 제출안)에서 법안심사소위에서 15세미만으로 완화됐다. 입양가정의 안정을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친생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부부의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다는 조건도 3년 이상으로 단축된다. ▲향후 절차와 전망 = 여야는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도입될 새로운 신분공시제도에 대한 정부보고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칠 때까지 민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놓은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여성계의 숙원인 호주제 폐지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시대적 대세'라는 데는 이견이 적은 듯 보이지만 내년으로 처리 시기를 미룬 것은 폐지 시기를 늦춰 보려는일부 국회의원의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호주제 대안 논의과정과 호주제 관련 위헌법률 심판 제청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 선고, 유림들의 반응 등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여성계는 호주제 폐지가 시간 문제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만큼여야 합의대로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