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몸담은 직장을 내 발로 걸어나가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시원 섭섭하네요.그렇지만 내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게 됐으니 기분 좋은 일 아닙니까."


30일 퇴임식을 갖는 조용근 대전지방국세청장(58)은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명예퇴직하게 된 소회를 '시원 섭섭'과 '기쁨'으로 정리했다.


지난 66년 6월 국세청 발족 때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래 38년6개월 만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세무공무원의 '꽃'이라는 지방청장으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이어서 서운함은 더했을 것이다.


"항상 섬기는 자세로 일해왔습니다.납세자를 섬기고 동료를 섬기고 이웃을 섬기고….명예퇴직도 그런 거죠."


조 청장의 성실함은 국세청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토지공개념 도입 당시 토지초과이득세 실무준비단장으로 법안을 마련할 때도,탈세조사와 주식거래조사 등을 총괄하는 조사국에 있을 때도 그는 항상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때는 공보담당관으로 일하면서 껄끄러워지기 쉬운 언론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휴일도 가리지 않고 근무하는 등 '프로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줬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국세청도 더 이상 권위적인 징세기관으로 남아있으면 안됩니다.납세자들을 섬기는 세무행정 서비스 기관으로 환골탈태해야 하고 그런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납세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기본점수밖에 못받는다는 점을 후배들이 더 많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조 청장은 앞으로 1주일간 기도원에 들어가 그동안의 생활을 조용히 정리한 뒤 내년 1월 초부터는 법무법인 선명의 고문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