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과 해일로 아비규환이 됐던 태국 푸껫에 머물다 극적으로 탈출한 금대영(28), 김미지(33.여)씨 부부는 "갑자기 해일이 몰려와 위기 순간임을 직감했다"며 "살기 위해 무작정 오토바이를 가로막아 올라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으로 달렸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다음은 금씨 부부의 기억을 토대로 재구성한 긴박했던 당시 상황. 금씨 부부는 26일 새벽 2시께 신혼여행지인 태국 푸껫 타본비치에 도착,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리조트 앞에서 바다구경을 하고 있었다. 금씨 부부는 너무나 맑고 더운 날씨에 바다를 바라보며 기념촬영을 하다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바닷물이 밀어닥쳐 리조트 주변이 1m 이상 침수됐기 때문이다. 해수욕을 즐기던 외국인 여행객들이 "Die", "Water" 등을 외치며 산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고 리조트 직원들도 혼비백산해 주차돼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무조건 산으로, 산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푸껫 현지인들도 텔레비전과 컴퓨터 등을 짊어지고 무리를 지어 산으로 대피하기 시작했으며 부상한 관광객들은 비명과 함께 "Oh my God!"이라고 울부짖으며 산으로 올라갔다. 이 광경을 지켜본 금씨 부부는 다급했으나 침착하게 산으로 향하는 한 태국인의 오토바이를 억지로 세워 올라탄 뒤 몸짓과 영어로 그에게 자신들의 다급함을 알렸다. 태국인은 금씨 부부를 태우고 높은 곳에 위치한 경찰서로 향했고 금씨 부부는경찰서에서 해변과 리조트에서 `살기위해' 피난 온 외국인 관광객 등 300여명이 3시간 동안 고립돼 있었다. 금씨 부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찰서에서 안정을 찾는듯 했으나 오후 1시께경찰들은 `2차 해일이 예상돼 이곳도 안심할 수 없다'며 관광객들에게 더 높은 곳에 있는 학교로 대피할 것을 권유, 10분 이상을 걸어 학교로 대피했다. 금씨 부부는 학교에서도 바깥상황을 전혀 모른 채 5시간 동안 불안에 떨었으며 더운 날씨에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한국인 가이드가 자신들을 찾아줄 것을 막연히 기다렸다. 대피 8시간여만인 오후 5시께 한국인 가이드가 금씨 부부가 있는 학교에 도착하자 금씨는 가이드의 휴대폰으로 부산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살아있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울먹였고 금씨 어머니도 "살아있으면 됐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와라"고 연신 아들과 며느리 이름을 불렀다. 한편 금씨부부와 함께 신혼여행을 가 타본비치 인근 리지스 리조트에 묵었던 최용준(30), 김보영(28.여)씨 부부는 리조트가 바닷물에 침수돼 8시간여 동안 호텔방에 갇혀 있다가 다행히 무사귀국했다. 최씨는 "아침식사를 한 뒤 3층 방에 있는데 방을 정리하던 청소부들이 갑작스럽게 `die'를 외치며 모두 도망가 버려 무척 당황했다"며 "로비에 내려가 보니 1m 이상이 물에 잠겨 밖으로 대피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최씨 부부는 8시간 동안 물, 전기, 외부 연락수단이 모두 끊긴 호텔방에서 불안에 떨다 오후 5시께 물이 빠진 뒤 호텔로 찾아온 한국인 가이드가 방에 들어서자 `이제야 살았구나'며 서로를 위로했다. 금씨 부부와 최씨 부부는 이날 저녁 가이드가 안내한 안전한 호텔에서 악몽같은 하루를 정리하며 잠이 들었고 28일 오후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꿈에 그리던 부산땅을 밟았다. 두 부부는 28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함께 머물며 긴박했던 위기상황을 무사히 넘긴 서로를 위로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푸껫에 있을 때는 너무나 무섭고 당황했는데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오니 안심이 된다"며 "사고지역에 있었던 한국사람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