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거부로 LG카드 증자가 난항을 거듭하자 채권단이 정부의 중재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기 전에 해결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LG그룹은 "이해관계자간 합리적 분담기준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카드 증자문제는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채권단 "정부가 중재를"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28일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4개 채권단 은행장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LG카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던 정부가 지금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에 정식으로 중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이 이처럼 '정부개입'을 요청한 것은 양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 타결점을 찾지 못하자 LG그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처음에 LG에 8천7백5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했다가 이를 7천7백억원으로 한 차례 낮춰 제시했으며 최근 6천7백억원 규모의 수정안을 또다시 제시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정부가 나서기 전에 해결돼야 한다"며 중재방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정부가 중재할 수단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4개 채권단 운영위원회 은행장들은 LG그룹의 참여없는 채권단 단독 지원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LG그룹에 29일까지 출자전환 또는 채권 현금할인매입(캐시바이아웃:CBO) 중 하나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LG 계열사들이 LG카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사외이사의 배임이라고 한다면 채권은행의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6조8천7백억원이나 많은 상황에서는 출자전환에 참여하는 것이 (LG그룹)주주를 위해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LG "합리적인 배분기준부터" LG는 채권단의 최후통첩과 관련,"LG카드의 모든 이해관계자간에 가장 합리적이고 적정한 분담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LG그룹은 "LG카드 출자전환 문제는 시장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에 부합하고 법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경제적,법률적 기초 위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공평한 분담기준을 도출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권위 있는 법률 및 회계 전문가들에게 객관적인 의견제시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LG카드의 회계투명성과 회생 가능성에 대해 채권단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는 구본무 LG 회장 소유의 ㈜LG지분을 다시 담보로 내놓으라는 채권단의 요구와 관련,"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이 LG가 확약서 내용의 의무이행을 다했고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피담보채무가 소멸됐다고 판단해 돌려준 것"이라며 "당시 구 회장의 ㈜LG 지분을 제외한 새로운 계약서까지 작성해 놓고 이제와서 다시 담보회수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구학·차병석·장진모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