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51개 대기업그룹 총수와 친인척들이 보유한 지분 현황을 공개했다.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지분에 관한 정보는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돼 알고싶은 사람은 누구나 알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설명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더구나 기업 지분정보를 정부가 직접 나서 낱낱이 공개하는 나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고,지분공개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행정권한의 남용여지가 크다. 특히 사생활이나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위헌소지마저 있다는게 재계의 지적이고 보면 매년 실시되고 있는 지분공개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공정위는 그동안 총수와 친인척으로 뭉뚱그려 발표하던 지분 내역을 올해는 총수는 물론 4촌 8촌 등 촌수별로 얼마나 갖고 있는지 '족보'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만들었다. 총수가 없는 포스코나 KT같은 그룹까지도 포함시켰는데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런 자료를 만들어 발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분 공개가 긍정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대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시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반기업정서를 더욱 심화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면서 기업의욕을 떨어뜨리는 꼴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는 지분이 적은 총수일가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이것도 앞뒤가 맞지않는다. 정부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너무 많다며 지금까지 지분 분산을 유도해왔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 기업들은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에 외국 자본의 M&A 대상으로 전락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마당에 '지분 족보'까지 만들어 주면 M&A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 외국자본의 기업 사냥 기회만 더욱 늘려줄 뿐이다. 기업 소유구조가 왜곡되어 있다면 이는 주주나 채권자 등에 의해 시장에서 바로잡아 지는게 요즘의 경영환경이다. 정부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기업정보의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공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공정위가 간여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기업활동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는 공정위의 지분공개는 중단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