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법의 역외적용은 물론 외국 감독당국과의 공조체제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 다자간업무협약에 서명한 A그룹 국가가 22개국에 달하고 조만간 이에 참여하겠다는 B그룹 국가도 상당수에 달하지만 한국은 B그룹에도 못끼는 실정이란 것이다.


서울대 금융법센터 주최로 27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빌딩에서 열린 '증권거래법 역외적용'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삼성물산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부각시킨 뒤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한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의 사례에서 보듯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현행법으로는 이를 규제하기가 힘든 만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정순섭 인천대 법대교수는 "자본시장은 급속히 국제화되고 있는데 이를 국내법만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증권거래법에 역외적용 조항을 포괄적으로 명문화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도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서는 자국법을 해외에 확대 적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재훈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은 "지금의 금융감독시스템으로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주가를 조작한 뒤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아예 해외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경우 처벌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헤르메스 사례 말고도 감독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진태 변호사는 "외국 투기자본이 M&A 등을 이용해 부당한 자본이득을 취할 경우 감독당국이 해외 자금유출을 금지시키는 방안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석환 금감위 법률자문관은 "실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외국 감독당국과의 정보교환과 필요시 조사 의뢰 권한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정 교수는 "외국 감독당국과 정보교환 등을 가로막고 있는 금융실명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실명법 개정이 늦어지면 한국이 증권거래법 역외적용 분야에서 '국제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금감위 유 과장은 "IOSCO가 증권거래법의 역외적용을 위해 제안한 다자간 업무협약에 서명한 A그룹 국가가 22개국에 달하고 조만간 자국법을 바꿔 서명에 참여하겠다는 B그룹 국가도 상당수에 달한다"며 "그러나 한국은 아직 B그룹에도 못끼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 '왕따'당하는 처지란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