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후 첫 거래 때 형성되는 시초가가 새내기주들의 주가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텔레칩스 국일제지 코아로직 등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돈 종목들은 이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공모가가 주가를 떠받치는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케이이엔지 디지탈디바이스 등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돈 종목들은 공모가가 오히려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신규 등록 종목의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어떤 수준에서 형성됐느냐에 따라 주가 동향이 엇갈리고 있다"며 "시초가를 투자지표로 활용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초가가 인위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첫 거래 패턴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공모가는 지지선과 저항선 27일 코스닥시장에서 LCD 장비업체인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주가는 1.92% 오른 2천9백15원에 마감됐다. 지난 8일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 주말 최저가인 2천8백10원까지 하락,공모가인 2천8백원선에 근접했다가 오른 것이다. 카지노용 모니터 업체인 토비스는 이날 2천3백35원에 마감됐다. 5일 연속 하락했지만 공모가인 2천2백원선에 다다르면서 낙폭을 줄이고 있다. 토비스는 이달 초에도 2천2백50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이들 업체의 공모가가 지지선 역할을 하는 반면 태양기전과 신성델타테크 등은 공모가가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첫거래 때 공모가인 1만4천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태양기전은 이후 공모가를 밑돌았다. 최근 증권사의 호평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으나 공모가 근처인 1만3천5백원에 다다르자 박스권에서 맴도는 모습이 다. 신성델타테크도 공모가 위로 좀처럼 올라서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장중 한때 공모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곧바로 약세를 보이며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나친 시초가는 주의해야 하반기에 등록된 업체들의 주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되면 주가도 공모가를 웃돌고,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돌면 주가도 공모가 아래에서 형성된 것이다. 22개사 가운데 18곳이 여기에 속한다.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였는 데도 주가가 공모가 이상으로 오른 곳은 4개 업체에 불과하다. 코스닥 시황분석가들은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돌면 공모가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반면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돈 종목들은 주가가 공모가에 근접할 때 기관 매물 등에 밀려 상승 탄력을 잃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시초가가 공모가를 웃돈 업체들은 주가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시초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등록 직후 급등하는 새내기주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IPO(기업공개) 담당자들은 "새내기주는 대주주 지분 보호예수(매각 제한) 등으로 유통물량이 적어 시세 조작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시초가가 높은 종목이 관심을 끄는 만큼 작전세력 등이 시초가를 인위적으로 높인 후 물량을 처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신규 등록주 중에는 시초가가 높게 형성됐거나 등록 이후 초강세를 보이다 급락세로 돌아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