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수 KTF사장 cso@ktf.com > 경제가 어렵다. 내수 경기는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안 보이고 고유가,달러화 약세 등 주변 상황도 어려움이 많아 회복은 고사하고 한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88올림픽 직후,붕괴 이전의 소련으로 출장을 갔을 때다. 현지 한국인 통역에게 들은 말이 올림픽 후 소련인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단다. 불과 30여년 전에 자신들과 중국이 잿더미로 만들었던 나라인데,올림픽 때 다녀와 보니 자신들이 선망하는 우수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등 한참 앞선 모습을 보고 '무서운 나라''얻을 것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들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련 중국과의 국교수립도 90년대 초에 쉽게 이루어진 면이 있을 것이다. 몇해 전 미국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과거 1천년 동안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1백명을 선정한 적이 있다. 갈릴레이,마르크스,셰익스피어 등 세상을 바꾼 인물들이 많았지만 1위는 구텐베르크였다. 인쇄술의 발명 없이는 다른 모든 위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잘알려져 있듯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은 구텐베르크보다 63년 앞선 우리의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이다. 얼마 전 방한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산업혁명에는 뒤졌지만 정보혁명에서는 앞선 나라,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에 빛나는 정보통신(IT) 강국 한국은 우연의 산물이 아닌 우리 민족이 가진 정보화에 대한 재능의 결과다. 그러므로 정보혁명이 계속되고 정보가 힘이 되는 한,우리의 잠재력은 빛을 발해 미래를 밝힐 것이다. 을유년 닭의 해가 다가왔다. 닭이 새벽에 우는 이유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 을유년,일제의 억압을 뚫고 세계를 향해 힘차게 울었던 우리나라는 지난 갑자 동안 무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강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내년 그리고 다음 을유년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것은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줄탁동기'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안에서 알을 쪼면,어미 닭도 이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아주며 새생명이 빛을 보게 한다.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자기 몫을 다할 때 탄생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갈등을 깨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고,다음 60년 후 대한민국은 지난 60년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