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일류대 졸업생이 입사 면접 자리에서 사장의 질문을 받았다.


"부모님을 목욕시켜드리거나 닦아드린 적 있습니까?"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을 꼭 한 번 닦아드리고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세요."


그날 저녁 날품팔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하자 의아해했다.


그는 면접 얘기를 하고 어머니의 발을 난생 처음으로 만져봤다.


발바닥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밤낮없이 험한 일을 하며 학비를 댄 어머니의 발.


앙상한 발등과 굳은살 때문에 아무 감각도 없는 발바닥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한 쪽 어깨에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자 그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지음,김명은 옮김,위즈덤하우스)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몇 십 년간의 유한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일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랑스럽게 커가는 제자들의 사진과 근황을 벽에 가득 붙여놓고 옛날 학교 사택에 홀로 사시는 여선생님,저마다 사는 일에 바빠서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지만 유명한 과학자가 된 제자의 책을 사서 읽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돌아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 '선생님,저희를 용서하세요'라고 전보를 치는 중년의 제자.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보로 내려온 파이프를 판 아버지,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파이프를 다시 찾아드리는 아들.


가난한 고향 친구가 준 맹물이 든 술병을 받아들고 어떤 고급술보다 달게 마시는 중년 신사의 우정….


저자의 부탁처럼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이다.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기''자신에게 상주기' 등 마흔아홉 가지의 소중한 삶이 책갈피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눈을 맞춘다.


다른 이야기 하나.


잘나가던 회사 사장이 갑작스런 위기를 겪고 당황한 나머지 긴급이사회에서 변명만 하다 진짜 '잘릴 위기'에 처한다.


평소 존경받던 사람이 실수를 저지르고 코너에 몰리자 젊은 비서실장은 사장을 돕기 위해 '1분 경영자'인 알버트 아저씨를 찾아간다.


'1분 사과'의 의미를 배우고 돌아온 그는 이를 사장에게 '진언'하고 마침내 사장은 이사회에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그리고 재신임을 얻어 회사를 살린다.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켄 블랜차드 외 지음,조천제 옮김,21세기북스)의 줄거리다.


짧은 소설 형식으로 된 이 경영우화집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 이어 '진실한 사과의 힘'을 가르쳐준다.


실제로 사과하기까지의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사과를 하는 데는 '1분'이면 된다.


"미안합니다","제 잘못입니다"라는 한마디가 열 배,백 배의 긍정효과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나면 직장생활이나 인생 전체가 달라진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사과는 빠를수록 좋다''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성실한 노력을 보여준다''자기비하를 하지 않는다' 등의 '사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10가지 사항'도 유익하다.


무엇인가를 잃고 상심한 사람들에게는 '상실-어제의 나를 놓아보낸다'(라마 수리야 다스 지음,진우기 옮김,푸른숲)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티베트불교 승려 출신인 제프리 밀러의 명상록.


그는 수많은 의무와 책임을 짊어지고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음 속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꽉 붙들고 있는 손의 힘을 풀어버리고 고요함을 찾아라.'


이는 '과거에 가졌던 것을 아쉬워하며 울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을 즐기라'는 의미다.


그는 오랫동안의 수행과 명상을 통해 '나는 할 수 있을 때는 집념을 가지고 그것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또 놓아야 할 때는 가볍게 놓는 법을 배웠다'면서 몰입과 해탈의 즐거움을 함께 전한다.


그리고 집착의 끈을 놓거나 고뇌의 배를 풀어 보낼 때는 '가볍고 사랑스러운 손길로 떠나보내라'고 조언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