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운명을 절반 이상 좌우한다는 제목.


불황일수록 튀는 제목이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단순히 흥미만 불러일으키는 과장·엄포형 제목은 별로 효험이 없다.


반짝 효과를 보더라도 약발이 오래 가지 못한다.


대신 책의 내용을 간결하게 뽑아내면서 집중된 이미지를 주는 제목은 힘이 세다.


요즘은 무엇을 하라는 지시·명령형 제목보다 무엇이 필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제시·활용형 제목이 인기다.


'○○형 인간''XX법칙'에 이어 최근에는 '○○의 기술''XX의 힘'이라는 제목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의 경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메모의 기술'을 필두로 '발표의 기술''논리의 기술''대화의 기술''여행의 기술''독서 기술'등이 잇달아 나오더니 트렌드 예측서인 '미래를 읽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의 힘'은 '생각의 힘''말의 힘''직관의 힘' 등 포괄적인 자기계발 영역에서 시작해 '질문의 힘''절차의 힘''습관의 힘''질책의 힘' 등 구체적인 활용 영역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판기획자나 편집자들은 매순간 제목과의 전쟁을 벌인다.


어떤 제목이 독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까.


어떤 표현이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질까.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초판 제목인 'You Excellent'를 과감히 버리고 지금의 제목으로 바꾼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제목의 힘을 입증한 사례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아침 열풍'을 몰고온 '아침형 인간'의 경우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 등의 지시형 제목이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자기경쟁력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제시형 제목으로 큰 재미를 본 케이스다.


장기불황의 여진을 딛고 경제회생의 출구를 모색하는 내년 출판계의 제목 트렌드는 어떨지 궁금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