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서울 을지로 명동거리.크리스마스를 맞아 상가들은 저마다 크리스마스 트리 등으로 쇼윈도를 꾸며 성탄 분위기를 한껏 북돋우고 있었다. 거리는 데이트 하는 젊은 연인들과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학생들로 붐벼 마치 불황은 명동거리를 비켜간 듯 했다. 하지만 트리와 함께 들려오던 캐럴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12월초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 때까지 거리에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캐럴이 도심 거리에서 더이상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하루에 2∼3번 정도 캐럴을 형식적으로 틀다 말지요. 음반이 팔리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 요즘엔 캐럴을 틀면 좀 어색한 기분이 들어요." 10년째 음반가게를 한다는 김모 사장은 사회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어쩐지 캐럴을 틀기가 어색하다고 털어 놓는다. 캐럴이 거리에서 사라진 것은 불경기 탓도 있지만 사실 음반 판매상들의 몰락과 맥을 같이 한다. MP3로 대표되는 불법복사 음반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면서 음반 소매상들은 설 자리를 잃어 버린 것이다. '길보드 차트'로 사랑받던 리어카상들도 언젠가 부터 찾아볼 수 없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를 띄우던 소매상 노점상 등 '전령사'들이 자취를 감추다 보니 캐럴이 들리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음반소매상 협회에 따르면 IMF직전 1만여개에 달했던 전국 음반 소매 점포수는 현재 4백개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 명동 상가에만 한 때 30여개에 달했으나 이제 3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장사가 안돼 후미진 골목이나 상가지하로 밀려 났다. 음반소매장들은 대학 학교 등 학원가에서 일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음반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모 사장은 그나마 "이동통신업체들이 음원을 핸드폰 판촉수단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고사위기에 몰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불법음반의 무차별적 살포가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는 마당에 크리스마스캐럴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사치스런 발상에 불과한 것일까. 생활경제부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