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 김명주 한나라당 의원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 -------------------------------------------------------------- 올해 정치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달했다.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은 간데없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막말과 고성,욕설로 채워졌다. '편안하게 해달라'는 국민의 아우성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당연히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17대 국회에 들어간 초선 의원들의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할말도 많았다. 그러나 많은 말을 토해내기까지의 과정은 올해 정치처럼 순탄치 않았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앞줄모임'소속 의원 5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연말을 맞아 국회의원 5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의원은 국회 정상화로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상임위에 참석하느라 30여분 지각했고,한 의원은 민원인을 뿌리치지 못해 시간을 어겼다. 모양을 갖춘 간담회는 약속시간보다 40여분이나 지나서야 가능했다. 이들은 저녁시간에 술잔을 기울이며 한바탕 얘기를 쏟아내고 싶다면서도 약속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 의회권위 땅에 떨어져 ◇ 김재윤 의원="한나라당은 여권이 무조건 탄압한다거나 고사시키려 한다고 생각하는게 문제예요. 또 여당이 잘못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죠.실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한데 대통령과 여당 흔들기가 도를 넘었어요." ◇ 우제창 의원="한나라당의 근본적 문제는 지도부가 통솔력이 없다는 점이에요. 지도부의 말발이 안먹히다보니 협상에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예요. 더 큰 문제는 대안을 만들지 않고 무조건 비판만 하는 거예요."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김명주 의원="정부·여당도 마찬가지죠.'차떼기당'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한나라당도 일정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인데,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게 문제예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보안법 당론이 정리돼 버린 것도 의회주의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김재윤 의원="대통령이 지시해서 정리됐다니요. 열띤 토론을 통해 결정한 것을 그렇게 말하면 안돼죠." ◇ 김희정 의원="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올해가 가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짓' 2위는 '국회정문을 봉쇄,국회의원이 나오는 것을 막겠다',6위는 '거대한 껌으로 국회를 덮어버리겠다'였대요.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는 여야 구분이 없어요. 저는 행정 독식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가 국회의 권위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안민석 의원="글쎄 개개인을 보면 다들 뛰어나고 능력있는데 당별로 모이면 아주 이상하게 돼요. 과거 정치문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김명주 의원="그런게 정치판인 것 같아요. 초선들끼리 당을 떠나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논의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돼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력화해서 강경파를 제압할 의사형성 능력을 만들어야 해요." # 정치 이슈가 정책 눌러 ◇ 김재윤 의원="정치가 잘못된 이데올로기 대결로 왜곡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헌법기관이면서도 자기역할을 못하기 때문이에요. 초선들이 보다 견고해질 필요가 있어요." ◇ 안민석 의원="개별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당내투쟁이건 연대하건 집단적 노력을 안하면 효과가 지속될 수 없어요. 정치문화를 개선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17대 후반엔 결실을 맺을 거라고 확신해요." 경제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의원들은 경제가 어렵다며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지만 '온도차'는 상당했다. 여당 의원들은 희망을 가져야 한다며 낙관론에 무게를 둔 반면 한나라당은 경제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여권의 안이한 인식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 안민석 의원="집권여당과 정부가 경제문제를 우선적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요. 경제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의 심리도 나아지고 경제도 내년엔 좋아질 거라고 봐요." ◇ 김재윤 의원="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투자유치를 위해 뛰어다니고 장관들도 그런 노력을 해야죠.정치권이 비판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희정 의원="일단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위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결책이 나오는데 정부는 그동안 부인해 왔다는게 문제예요. 대통령도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10년후 뭘 먹고살지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해요." 국보법으로 화두가 옮겨지자 분위기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 김재윤 의원="국보법은 본래 취지와 달리 왜곡돼 왔어요. 세계변화의 흐름을 좇아 폐지하는게 마땅해요. 형법으로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데 굳이 다른 법을 만들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 김명주 의원="하지만 정치적 기술적으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 한나라당이 개정안 내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당이 깨지는 줄 알았어요. 그럼에도 합리적으로 법명도 바꾸고 정부참칭 조항도 손질하는 단계까지 왔어요. 이제 여당에서 한발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안민석 의원="한나라당 의원들이 북한을 한번 방문해 실상을 봐야 해요. 그러면 국보법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거예요." ◇ 김희정 의원="그런 잘못된 이념을 신봉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법이 국보법 아닌가요.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요구하지 마세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국가안보에 대해 국민을 안심시켜주는 방어기제로 국보법은 아직 필요해요." ◇ 김재윤 의원="아직도 색깔논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보법 폐해의 유물이에요." ◇ 김희정 의원="언젠가 이 법을 얘기하는게 우스울 때가 있겠죠.하지만 당장 통일되는 건 아니잖아요." # 당색깔 안맞는 사람 걸러져야 내년도 정치판을 바라보는 각도도 달랐다. ◇ 김재윤 의원="의석수가 정치기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의석수가 준다고 해서 정치기반이 흔들리지는 않을 거예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예측이 가능하다고 봐요. 일단 정체성이나 지지기반 등이 비슷하니까요." ◇ 안민석 의원="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불가피할 것 같아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내년에는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그런 가운데 한나라당내 개혁파와 열린우리당내 보수파가 자기 색깔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완전히 '헤쳐모여'수준은 아니라도 한번 걸러지는게 필요해요." ◇ 김희정 의원="열린우리당은 몰라도 한나라당은 그런 변화는 없을 거예요. 탄핵이라는 당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지했던 당적을 특별한 이슈도 없이 던질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리고 아직은 이념으로 재편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