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재경부 기자브리핑실.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설명하던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은 "벤처정책도 모험을 하겠다"고 말했다. 12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고 코스닥 문턱을 낮추는 정부의 대책이 자칫 지난 2001년 벤처 거품 붕괴를 재연시키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벤처라는 게 '고위험 고수익'의 모험산업인 만큼 그 벤처를 키우는 정책도 벤처답게 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벤처를 되살리는 것만이 우리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킬 수 있다고 믿고 사무관들과 '함께 죽자'는 자세로 정책을 입안했다"고도 말했다. 벤처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각오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솔직히 정부의 열의에 감탄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대책이 지난 90년대 말 벤처붐과 코스닥 거품을 조장했던 그때 그 대책과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에도 벤처기업에 인증을 통한 직접 지원과 코스닥시장이라는 두가지 수단으로 벤처를 띄웠다. 그때 벤처붐이 지금 한국의 IT(정보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 건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인 지원이 거품을 일으키고,일부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정책은 실패할 수도 있다. 다만 그때의 '학습 효과'때문에 그런 부작용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는 바로 그 '학습효과'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건전한 투자자들은 그때 데인 경험 때문에 벤처나 코스닥이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반면 투기꾼들은 또한번 기회가 왔다며 더욱 교묘한 작전을 짤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말 만큼은 꼭 해두고 싶다. "정책은 모험이 아니다. 고위험의 벤처정책일 수록 더욱 신중하고 안전하게 해야한다." 그게 과거 벤처정책 실패로부터 정부가 배워야 할 학습효과가 아닐까.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