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능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높아지면서 업체들의 `車 업그레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형.중형.대형의 통념적 세그먼트가 허물어지는 `차급 파괴' 바람이다. 소형차 모델을 리뉴얼해 준중형으로 올리는가 하면 배기량을 키운 중형차에 최고급 옵션들을 추가해 대형차 시장을 넘보기도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배기량과 차체 크기 등을 기존 차량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신차들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차[000270]가 내년 3월 선보일 리오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JB)는 배기량 1천400㏄와 1천600㏄의 두 가지 모델로 나오는데 이는 1천300㏄와 1천500㏄로 나뉘었던 리오보다 각각 100㏄ 커진 것이다. 소형이나 준중형급에서는 배기량이 100㏄만 늘어나도 전반적인 주행성능이 눈에띄게 향상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름이 `프라이드'로 정해진 JB는 크기에서도 리오(축거 2천410㎜, 전폭 1천680㎜)보다 상당히 커져 준중형급의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아측은 말한다. 내년 4월 현대차에서 나올 그랜저XG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TG)도 `차급 파괴'의사례로 꼽힌다. 우선 그랜저XG는 2천cc, 2천500cc, 3천cc 3종인데 비해 TG는 2천700㏄와 3천300㏄ 2종으로 배기량면에서 대형차급으로 격상된다. 게다가 TG에는 현대차의 `히든카드'인 최첨단 6기통 람다엔진이 장착돼 기존의그랜저XG보다 최고 출력(25%), 연비(5%) 등이 크게 향상된다. 현대차는 TG 3.3으로 세계시장에서 렉서스의 인기모델 ES330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가 지난 9월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F쏘나타도 같은 맥락에서 개발된 신차다. 1천800㏄와 2천㏄만 있었던 EF쏘나타가 표준적인 중형차였다면 2천㏄와 2천400㏄의 신형 세타엔진이 탑재된 NF쏘나타는 `프리미엄급 중형차'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특히 2천400㏄ 스포츠세단 모델인 쏘나타F24S의 경우 성능면에서 한 단계 위의그랜저XG 2천500㏄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일선 영업현장에서 `판매간섭' 현상이빚어지기도 했다. 기아차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1천㏄급 소형차 `모닝'도 경차의 결점을대폭 보완한 `유럽형 경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배기량 기준 초과로 각종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대신 경차보다 차폭이 100㎜ 가량 넓어져 실내공간 편의성이 높아졌고 출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사이드에어백,ABS 등 유럽 소형차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져 웬만큼 성능이개선돼서는 구매유도 요인이 될 수 없다"면서 "요즘 나오는 신차들은 대부분 종전의한 단계 상급 모델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