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은 한국정치의 근간을 변화 시켰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정치를 지배해온 '3김'중심의 계보정치가 허물어지고 수평적 관계의 각종 모임이 정치의 중심축으로 등장했다. 이제 여야를 떠나 동교동계, 상도동계, 민정계 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심 인물중 상당수는 자의든 타의든 정계를 떠났거나 세를 잃은 상황이다. 이렇게 수직적이고 보스중심의 계보가 사라진 대신 17대 국회들어 '토론공화국'에 걸맞게 국회 내에서도 각종 토론모임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이들 모임은 과거의 계보와 달리 수평적 연대에 가까우며 이념적 성향과 전문성에 따라 결성됐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열린우리당 내에는 안정과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아침이슬,불새모임,일토삼목회,신의정연구센터 등 각종 모임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안개모는 당내 중도온건파 성향의 의원 30여명이 참여하고 있고,유재건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안개모는 그간 국가보안법 문제와 각종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을 놓고 당내 강경파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왔다. 아침이슬은 70년대 긴급조치 세대들이 주축이다. 일토삼목회는 행정관료와 청와대 출신의 전문가 그룹이다. 불새모임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연구모임이다. 신의정연구센터는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 '친노(親盧)386' 초선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한나라당에서도 총선 이후 자유포럼,새정치수요모임,국가발전전략연구회,국민생각,푸른정책모임 등이 연이어 발족됐다. 자유포럼은 김용갑 이방호 안택수 의원 등 영남출신의 보수강경파들이 중심이다. 새정치수요모임은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장개혁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국민생각,푸른정책모임 등은 중도 성향의 모임이다. 각 모임들은 매주 경제·외교·통일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불러 토론을 벌이며 현안에 대한 자체 대안들을 내놓기도 한다. 여야 경계선을 넘는 모임도 있다. 여야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기업하기 좋은 환경포럼,재정조세연구회,초선연대,앞줄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각 당의 이런 모임들은 세력화 양상을 보이면서 국가보안법 문제 등 현안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충돌 양상을 빚기도 한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