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의 할리우드 진출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처럼 한번에 큰 역할을 따내리라고는 그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을 정도로 `조지아 히트'의 여주인공 자리는 크다.


그에 앞서 박중훈이 `찰리의 진실'에주조연으로 캐스팅돼 한국 배우의 위상을 드높였는데,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김윤진이 그 바통을 매우 훌륭하게 이어받은 듯 하다.


김윤진은 미국 LA생으로 뉴욕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영국 드라마 아카데미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영어를 네이티브로 구사한다는 점에서 `한국식 영어'의 박중훈과 달리 미국 진출에 있어 언어의 장벽은 전혀 없다.

또 `쉬리'로 대종상 신인상을, `밀애'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뭉툭한 `복 코'로 상징되는 동양적인 마스크와 168cm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췄다.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모든 조건이 준비된 것.


그의 이러한 조건은 할리우드 메이저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로부터 높이 평가받아 전속 계약을 끌어냈으며, 김윤진은 곧바로 ABC 방송의 드라마 `로스트'의 공동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김윤진의 운은 `로스트'의 대박과 함께 만개하게됐다.


`로스트'로 인지도가 생기면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로브 마샬이 메가폰을 잡은 `게이샤의 추억'에서 조연 게이샤역으로 출연 섭외를 받는 등 할리우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 이번 `조지아 히트'의 출연 역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윌리엄 모리스는 `조지아 히트'가 아시아 여배우를 물색한다는 소식을 듣고 김윤진을 적극 추천했고, `조지아 히트'의 제작진 역시 `로스트'를 통해 떠오르는 동양인 배우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차였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인 빌리 밥 손튼이 `로스트'를 본 후 "윤진 킴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오면서 작품의 제작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빌리 밥 손튼은 10월 중순 김윤진을 처음 대면할 때만해도 `로스트'를 본 적이 없었으나, 김윤진의 제안에 `로스트'를 본 후 김윤진과의 공연을 결심하게 됐다.


오는 25일부터는 KBS를 통해 국내에서도 전파를 탈 `로스트'는 비행기가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윤진은 이 드라마에서 상당부문 한국어를 구사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윤진의 `조지아 히트' 출연이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 역시 그가 극중에서도한국인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그는 극중에서 미국인과 사랑에 빠져 이민온 한국인 여인으로 한국어 억양에 미국 남부 사투리를 섞어 구사하게 된다.


김윤진은 `게이샤의 추억' 출연을 거절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브 마샬이라는 조합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고민에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게이샤 역을 맡으면서까지 할리우드에 데뷔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다리면 좋은 작품과 배역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