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3선인 열린우리당 A의원은 연말인 요즘 지역구에 들르는 발걸음이 비교적 가볍다. 예전과 달리 '손 벌리는' 지역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16대 이맘때면 각종 모임이나 단체들로부터 찬조금이나 기부로 '성의'를 보여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는데 올해는 뚝 끊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이른바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이 '빡빡하게' 바뀌면서 국회의원들의 '연말 보내기'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말을 맞아 일부 유권자들은 송년모임 참석을 요청하며 정치인들에게 손을 벌리는 게 해묵은 관례였다. 하지만 '금품·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자에 대한 50배 과태료' 조항이 생기는 등 처벌이 강화됨에 따라 그 요청이 대폭 감소해 의원들의 '씀씀이'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나라당 B의원은 "매년 연말이면 산악회 향우회 조기축구회 농악대 합창단 부녀회 등 친목단체나 새마을협의회 자율방범협의회 등 관변단체들로부터 의원의 '촌지'를 겨냥한 초청이 줄을 이어 큰 부담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정치인들로부터 일절 금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그런 초청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호남권의 D의원은 "예전과 달리 중앙당의 자금 지원이 사라져 '실탄'도 없다"며 "덕분에 지역내 지인들을 만나 바둑을 두거나 소주잔을 기울이는 대화의 기회가 생겨 좋은 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애환도 있다. 수도권의 한나라당 E의원은 "이전엔 초청이 와도 못갈 경우엔 화환으로 대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직접 가서 '말'로 때우고 있다"며 "봉투라도 내놓지 못한채 돌아서면 괜히 뒤통수가 뜨겁다"고 토로했다. 후원회가 금지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어 의원들의 송년 모임도 검소해지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과거엔 특급호텔 등에서 계보별로 끼리끼리 송년회를 가지는 게 흔했다"며 "비싼 밥을 먹고 계보 보스의 용돈도 받았지만,올해엔 각자 부담으로 간소하게 송년회를 하는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조만간 경기도 양평의 한 갤러리에서 부부동반 모임을 가질 예정이며 식대는 회비에서 충당키로 했다. 홍영식·박해영·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