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외국자본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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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1]
실체가 불분명한 외국계 투자가들이 국내 기업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성경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외국계 투자가의 최근 행태부터 짚어주십시오.
[기자]
한때 복음처럼 인식됐던 외국자본이 이제는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노골적인 사례는 최근까지 삼성물산의 지분 5%를 들고있던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입니다.
헤르메스는 지난 3일 삼성물산 보유지분 777만주를 전량 매각했습니다.
매각직전 이들의 행보를 짚어보겠습니다.
헤르메스는 지난달 중순 이머징마켓 총괄책임자의 명의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여기서 그들은 "삼성물산측과 적대적M&A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말하며 은근히 M&A 가능성을 흘립니다.
며칠후 이들은 또다시 "삼성물산의 자사주매입을 환영하며 무수익자산인 삼성전자 지분도 처분하길 바란다."라며 서서히 경영간섭 의도를 내비칩니다.
이 대목은 2년 가까이 SK의 목을 죄고있는 소버린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여하튼 이들의 언론플래이는 12월1일 최고조에 달합니다.
헤르메스는 국내 한 일간지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에 대해 누군가가 적대적M&A를 시도한다면 그들을 도울수 있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삼성물산에 경영권분쟁이 시작됐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앵커2]
이후 적대적M&A가 실제 시도됐습니까?
[기자]
적대적M&A가 시도되기는 커녕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 바로 다음날, 헤르메스는 보유지분 5%, 777만주를 한꺼번에 전량처분해 버립니다.
당시(지난 2일) 헤르메스의 지분변동 사실이 아직 공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총발행주식의 5%를 넘는 외국인 매도에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고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헤르메스의 지분매도 사실이 공시로 확인된 것은 그로부터 엿새후인 지난 8일입니다.
헤르메스가 지분을 취득한 것이 지난해 11월이니까 꼭 1년만에 투자원금 850억원의 50%인 380억원을 먹고 사라진 것입니다.
전량처분 보름전부터 집중적인 언론플래이를 벌였고 심지어 매도 하루전 단독인터뷰 형식을 빌어 적대적M&A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것을 공정하고 깨끗한 주식거래라고 할수 있을까요?
[앵커3]
헤르메스 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기자]
사실 헤르메스는 여기 이들에 비하면 손자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바로 2년 가까이 SK그룹의 지배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이 그 주인공입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지난해초 SK글로벌 스캔들로 만신창이가된 SK주식회사에 1,7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를 확보합니다.
소버린은 이후 SK의 지배구조를 언론을 통해 공개비판하고 경영진 교체를 주장하며 정기주주총회의 표대결, 임시주주총회 요구, 이 과정에서 두번의 법정다툼까지 벌입니다.
물론 SK그룹 출입기자를 상대로 언로를 열어 자신의 주장을 공식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이때마다 주가는 요동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버린이 벌어들인 돈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소버린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소버린의 놀랄만한 성공신화는 아류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삼성물산의 헤르메스가 그랬고 최근에는 영국계 투자펀드인 TCI가 국내 대표 우량기업인 KT&G를 상대로 자사주소각과 경영진교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4]
소버린, 헤르메스, TCI는 투자기업만 다를뿐 유사한 수법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이들의 공통점은 경영진 교체와 같은 위협으로 투자수익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횡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배당: 서울증권, 메리츠증권
유상감자: 만도, OB맥주, 브릿지증권
내부거래: 동아건설(론스타), 진로(골드만삭스)
기업수익에 비해 턱없이 높은 배당으로 회사를 고사직전에 몰아넣기도 하고 유상감자를 통해 회사의 자산을 자신의 호주머니로 옮겨놓기도 합니다.
심지어 내부정보를 활용해 입찰을 따내는 불공정거래를 일삼기도 합니다.
국적불명의 외국인자본에대한 경고등이 커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외국자본의 경영간섭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내년 사모투자전문회사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이미 상당수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시장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모투자전문회사, 이른바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펀드일 뿐아니라 기존의 공모펀드와 달리 사적투자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조합원의 비밀주의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외국자본의 국내상륙은 사모펀드를 통해 비로소 본격화될 것입니다.
[앵커5]
그런데 이같은 투기적 외국자본이 국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장기 투자펀드는 논외로 하고 투기펀드에 한정해 살펴본다면 한마디로 단기간에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국내 기업은 대주주의 지분구조가 취약해 M&A 가능성만 제기하면 주가가 급상승합니다.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둘수 있다는 얘기인데 헤르메스가 1년만에 50%, 소버린이 1년7개월만에 무려 600%의 수익을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배당도 많이 줍니다.
외환위기 이전에 1%대에 불과했던 배당수익률은 최근 3%대로 급상승해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 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6]
이제 투기적 외국자본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할 시점이 온 것 아닙니까?
[기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몇가지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우선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습니다.
헤르메스에 대해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막상 조사에 착수하기는 했지만 제재에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불공정거래는 검찰고발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하지만 이경우 어느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것인가 하는 재판 관할문제나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 설켜 조사 결과가 실제 제재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한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캐피탈그룹이 국내 기업총수를 줄줄이 소환해 주요 경영정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습니다.
통상 이것은 공정공시 대상입니다.
하지만 캐피탈그룹을 상대로한 기업설명회, 즉 IR은 공시 한줄 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당사자들이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버티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공정공시 위반조사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입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과 외국자본의 구도는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모펀드라는 목마 속에 적군이 있는지 아군이 있는지 알지 못한채, 무방비 상태로 때로는 환영하며 그 목마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앵커7]
이성경 기자였습니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