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공동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을 초청,최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의 기술혁신과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단기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평가하는 데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선진국을 따라잡기 보다는 한국을 쫓아오는 후발국들을 따돌리는 데 정책의 촛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사회)=한국은 이제 기술력 중심의 혁신 기반 사회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겠습니까. △룩 소에테 네덜란드 마스트리히대 기술혁신연구소장=우선 한국 정부는 연구개발 사업에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체들은 연구개발 사업을 한국에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이 있고 인력이 있는 곳에서 연구를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서 후발주자를 물리치는 전략이 긴요하다고 봅니다. △스티븐 포퍼 미국 랜드(RAND)연구소 연구원=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기업체나 대학이 기술혁신을 이룩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인프라를 충분히 조성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아울러 민간이 투자하기 힘든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가노 히로시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장=정부는 앞으로의 기술 변화를 제대로 예측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 변화까지도 전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 원장=한국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국가 과학기술 체계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혁신본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소에테 연구소장=예산을 책정하는 부처와의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산 담당 부처는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연구개발 분야의 예산 증액을 꺼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혁신본부는 투자 우선 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혁신본부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포퍼 연구원=혁신본부가 국가혁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과도한 역할을 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시스템 설계 등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열린 자세가 중요하며 과학기술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모으고,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나가노 연구소장=혁신본부는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데 매달려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 수 있으며,어떤 꿈을 가질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 분야나 환경 등 관련 부처와 자주 만나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