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5:15
수정2006.04.02 15:18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2005년 경제전망'보고서는 현재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단기적인 요인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하락에서 오는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민간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중소기업 부실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은 경기부진 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KDI는 따라서 '경쟁'과 '자율'을 중심으로 한 시장 원칙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부문 급속 팽창 지나치다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거시정책은 다소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 부양정책의 강도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KDI는 성장잠재력이 하락하고 있는 요인으로 공공부문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점을 지목했다.
조동철 KDI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기금을 합치면 총 3백조원을 웃도는 등 공공부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연 이만큼의 자원이 공공부문에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부문에 자원이 집중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또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활성화를 위한 종합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최근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다소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재정사업의 선정 및 집행과정에서의 효율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환정책과 관련해서는 "가능한 한 환율이 외환수급여건에 따라 결정되도록 시장원리를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최근 환율 급락에 따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재개 가능성을 경계했다.
◆소비부진·중소기업 부실은 경제구조탓
내년 경기회복의 관건인 민간소비 회복이 갈수록 지연되고 있는 것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외환위기전 12.4%에 달했던 개인의 순(純)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1999년 이후 5.0%로 떨어진 게 소비부진의 한 원인"이라며 "이는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이 1991∼97년 동안 연평균 29.6% 증가하던 것이 1999∼2002년에는 평균 46%씩이나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이자율은 계속 떨어지면서 임금외의 분야에서 개인소득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게 소비부진의 결정적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는 소비부진이 과도한 가계부채 조정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기존의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중소기업 부실 문제 역시 "경기침체 보다는 기술력과 생산성 등이 악화된 구조적 요인이 더 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따라서 중소기업 부실 문제도 "금융기관이 시장원리에 따라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시스템리스크를 야기하지 않고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며 중소기업 부실 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풀 것을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