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 한국상회 송년의 밤이 열린 베이징 켐핀스키호텔 2층.중국에 진출한 2만여 한국 기업을 대표할 중국 한국상회 신임 회장을 선출한 정기총회 직후여서 분위기가 사뭇 화기애애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모이는 자리인 점을 활용,아시아나 등 일부 기업들은 홍보물을 배포하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지방의 한 대학이 가세했다. 식사가 시작된 이후 예정에 없던 인물이 사회자의 소개로 연단에 등장했다. 부산 동서대의 권세진 교수였다. 그는 "부산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로 떠나가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며 부산시와 공동으로 시행중인 해외 인턴사업을 소개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목소리에는 어색함이 묻어났지만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꼭 도와 주십시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선전 상하이 칭다오의 상회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말에서 자기 학교 학생들을 세일즈하느라 중국의 대도시를 훑고 다니는 교수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권 교수의 중국행은 청년실업이 심각한 한국의 대학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베이징에서 포장기계를 생산하는 원 모사장이 겪은 사례는 한국의 대학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위기를 엿보게 한다. 지난 5월 원 사장은 허베이성으로 출장간 한국의 모 지방대학 교수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신입생이 모자라 중국으로 유학생을 모집하러 온 그 대학 교수는 중개 브로커가 갑작스럽게 협박범으로 변신해 몸값을 요구하자 어쩔 수 없이 베이징의 친구에게 구조요청을 한 것.원 사장의 중개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두 달 후 그 교수는 칭다오로 또 출장을 갔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나 경제학자들이 한국을 치켜세울 때 흔히 하는 얘기가 "한국은 자원빈국이지만 인재가 풍부한 교육 강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졸업생 세일즈를 위해,모자라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 대륙을 누비는 한국 대학 교수들의 모습에서 그런 평가는 어색하게 들릴 뿐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