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오랜 만에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창업투자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한 창투사의 경우 일주일동안 내리 상승세를 기록,주가가 40% 이상 뛰어올랐다. 정부가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에 대한 활성화 대책을 연내 준비하겠다는 발표에 힘입은 현상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시 반응에 대해 다소 섣부른 움직임이라며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99년과 2000년 무더기로 결성한 조합들의 만기가 올 연말과 내년에 돌아오는 데다,앞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출자가 우수한 일부 벤처캐피털에 집중될 방침이기 때문에 과거 '벤처 거품'시절과 같은 대대적인 호황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99년 결성된 벤처조합 중 올해 운용 만기가 도래해 조합을 해산하고 등록을 말소한 곳은 18개 조합이다. 이날까지 만기가 도래한 조합이 55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조합을 해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조합을 통해 투자한 기업을 코스닥 시장에 등록시키며 현금을 회수해 오던 투자 순환 구조의 고리가 코스닥 장기침체로 끊어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지금까지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기업 수는 48개사다. 2002년 한햇동안 등록한 기업 1백50개,지난해 71개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벤처캐피털의 유동성은 내년에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내년 해산을 기다리는 조합은 모두 1백73개이며,전체 규모는 1조3천2백85억원에 달한다. 물론 정부가 벤처기업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의 고사를 막기 위해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운용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과거같이 자금을 골고루 나눠주기보다는 우수 창투사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기청이 최근 자원하는 벤처캐피털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평가작업에 착수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중기청은 내년부터 모든 창투사를 대상으로 매년 4단계로 나눠 평가,높은 등급을 받은 창투사에 우선출자 또는 출자 비율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으로 과거처럼 모든 창투사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평가작업 등을 거쳐 선택된 일부 창투사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 제외된 창투사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이사는 "현재 창업투자회사로 등록된 1백7개사 중 벤처투자 업무를 나름대로 영위하는 기업은 20% 안팎"이라며 "정부 평가가 시작된다면 실력있는 창투사와 그렇지 못한 창투사 간 명암이 명확하게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