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하락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결정에도 불구,지난주말 유가가 급락한 것은 매도세력이 우세한 최근의 시장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돌출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가가 당분간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하락속도는 점차 느려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 10월말 이후의 단기 낙폭이 예상보다 큰데다 OPEC가 유가하락 저지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향안정기조 당분간 지속될듯 전문가들의 향후 단기 유가전망은 일단 '하향안정'쪽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원유시장에서 공급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원유생산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OPEC의 하루생산량이 3천만배럴을 넘어서며 2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유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석유 재고가 최근 들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미국의 겨울철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할 것으로 예상되고,멕시코만의 허리케인 피해복구가 거의 마무리돼 석유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非)OPEC 산유국들도 올 들어 꾸준히 원유생산을 늘려왔다. 피맷의 원유중개인 존 스튜어트는 "OPEC 감산으로 유가하락세에 제동이 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시장을 둘러싼 이른바 '유가 프리미엄'이 걷히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이라크사태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테러 불안감이 상당히 완화되면서 '공포 프리미엄'이 줄어든데다,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기세력들이 원유시장을 빠져나가면서 '투기 프리미엄'도 급속히 사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달러약세는 유가하락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여러 요인을 종합할 때 국제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30달러대 후반(WTI 기준)까지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OPEC 추가감산이 최대변수 유가의 중장기 움직임은 OPEC의 추가감산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OPEC는 일단 내년초까지 유가 움직임을 지켜본 뒤 1월30일 회의에서 추가감산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셰이크 아흐마드 파드 알 사바 쿠웨이트 에너지장관은 지난 주말 "내년 1월까지 유가가 최근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면 하루 산유량을 50만∼1백만배럴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OPEC는 생산쿼터 자체를 줄이게 돼 원유시장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PEC는 또 내년초 배럴당 22∼28달러(바스켓유 기준)인 목표유가(유가밴드)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베네수엘라 이란 등은 목표유가 하한선을 배럴당 30달러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