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은 카피라이터다. 그것도 광고대행사 1급 카피라이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강 행장이 직접 고안한 광고 카피는 지난 9월 초부터 신문사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企UP-웃어라,중소기업!' '起UP-일어나라,국민경제!' '氣UP-힘내라,대한민국!' '基UP-기업의 터전,기업은행'이라는 4가지 종류의 카피로 구성된 이 광고는 강 행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기업은행의 첫 두 글자인 '기업(企業)'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한 것. 기업은행 문화홍보팀 관계자는 "강 행장이 '침체된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에 힘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겠다'며 직접 광고시안을 제안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의 지면광고가 최고경영자(CEO)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TV광고는 모델이 갖고 있는 신뢰도가 광고에 투영돼 신뢰성을 높인 경우로 꼽힌다. 지난 2001년 8월부터 기업은행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차인표씨는 3년여 동안 기업은행의 간판 모델로 장수하고 있다. 이는 연예계 안팎에서 '성실맨'으로 유명한 그의 모범적인 생활태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은행이 아닌 다른 시중은행에서 광고 제의가 들어왔는데,차씨가 "광고모델과 기업은 함께 크는 것"이라며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 차인표하면 기업은행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기업은행의 광고 캠페인은 오랜 기간 한 명의 모델을 기용하며 모델과 기업을 일체화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계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국책은행이 시중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빅모델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에는 차인표씨 외에도 TV드라마 '애정의 조건'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모은 한가인씨를 광고 및 마케팅에 적극 활용,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가인씨 역시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이답지 않은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 애정의 조건으로 한창 바쁘게 활동할 당시 아침 이른 시간에 열린 기업은행의 이벤트 행사에 불평 한 마디 없이 참석해 은행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장 보수적인 조직에서 나온 이와 같은 독특한 광고 마케팅 전략은 기업은행의 실적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3분기 현재 기업은행은 △매출액 4조8천6백26억원 △영업이익 4천6백88억원 △당기순이익 3천2백68억원 등을 각각 올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빅모델을 기용하고 있으면서도 '금융회사=신뢰'라는 공식을 가장 잘 만족시킨 모범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