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빠를수록 좋다] ② 손 놓은 교육 현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 중요성은 커져가는데 학교에서 이뤄지는 경제교육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없다.
경제교과서는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개념" 위주로 구성돼 있고 그나마 입시과목 우선순위에 밀려 소흘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이해하기 까다로운 경제과목보다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한국지리나 사회문화 같은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교사들도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한데다 재미있게 가르칠 만한 교범(매뉴얼)도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이다.
이런 까닭으로 교육현장에서 경제교육에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천2백75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34.3%가 '방송'에서 경제지식을 얻는다고 답했다.
'신문'이 19.7%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정작 경제교육의 주체여야 할 '학교'라고 답한 학생은 19.2%에 그쳤다.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외면하다시피 할 정도이고 보니 학생들의 경제 지식도 일천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우리나라 중학생의 금융 이해력 측정을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11개 중학교 2학년 학생 1천3백3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금융 이해력 평균 점수는 같은 문항으로 측정한 미국의 중학생들보다 크게 떨어졌다.
화폐관리 문항에 대해 미국 중학생들은 1백점 만점에 평균 46.8점을 맞은 반면 한국 학생은 39.21점에 그쳤다.
지출과 신용 부문의 점수도 크게 떨어졌다.
미국 학생의 평균 점수는 52.1점에 달하지만 한국 학생은 44.01점에 그쳤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현실에 접목된 경제교육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풍문여고 서범석 교사는 "가령 환율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학생들이 환율의 기본 개념은 교과서적으로 알지만 지금처럼 환율변동이 심할 때 환율변동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보면 전혀 답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교과서에 실린 죽은 경제지식만 가르치는 셈"이라는 얘기다.
교과서에서 경제를 다루는 분량 자체도 적은 편이다.
학생들은 중학교 때 사회과목 중에서 한 달 정도 경제 관련 지식을 배우며 고등학교에서도 1학년 때 한 단원 정도만 공통적으로 경제교육을 받는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경제는 선택과목으로 분류되는데 대부분 학생들은 어렵고 진학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경제과목 선택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경제교육을 가르치는 교사도 많지 않다.
명일여중의 한 교사는 "사회교육과를 나온 교사 대부분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경제학개론 정도"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경제용어를 소화하기도 버거운 실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일부 학교에서는 국사나 지리를 전공한 교사들이 경제를 가르치는 경우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사례 위주의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월곡중학교 이수화 교사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는 실물경제 현상을 통해 경제 개념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가상의 주식시장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식시장을 이해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과서에 너무 많은 개념을 담기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꾸며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송형석·이태명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