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0-2로 지더라도 아시아 최고의 클럽에 오를 수 있었던 성남 일화였지만 결국 '설마' 했던 방심이 대업을 망치고 말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딛고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에 3-1로 승리했던 성남은 1일 펼쳐진 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무려 5골을 내주는 졸전끝에 0-5로 참패해 다잡은 우승트로피를 건네주고 말았다.


K리그 마지막 경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매달렸던 성남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바뀌고 말았고 상금도 5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줄었다.


전반 17분 알 이티하드의 레다가 선제 헤딩골을 터트렸을 때도 성남 차경복 감독의 얼굴에는 '그럴수도 있지'라는 웃음기가 흘렀다.


하지만 알 이티하드의 공격이 연거푸 이어지면서 성남의 수비진이 흔들릴 때마다 차 감독의 표정은 굳어가기 시작했다.


성남도 이성남의 빠른 측면돌파를 주축으로 김도훈과 두두의 중앙공격을 노렸지만 견고한 알 이티하드의 수비진은 흔들릴 줄 몰랐다.


더군다나 이기형의 잇단 슈팅이 골문을 외면하는 등 골운도 지독하게 따르지 않은 성남의 공격진은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전반 45분 함자 사이드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차 감독의 표정은 완전히 굳고 말았다.


후반들어서도 우승트로피를 향한 알 이티하드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후반 10분 누르에게 '우승 마지노선'인 3골째를 허용하자 차 감독의 얼굴은 '할말이없다'는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결국 섣부른 공격은 역습을 낳았고 후반 32분과 인저리 타임에 연속으로 2골을더 내주며 승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우승을 내준 성남의 김도훈은 이번 대회 9골로 MVP를 차지할 수 도 있었지만 준우승에 머물면서 아쉽게 트로피를 넘겨주고 말았다.


차 감독은 "경기시작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상상외로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 데 결국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며 "신인들이 많았고 모처럼 많은 관중들이 들어와 선수들이 동요됐던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볼은 둥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질 것이다"며 묘한 뒤끝을 남겼다.


(성남=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