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리시엔룽 싱가포르 총리는 29일(한국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각각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한·싱가포르 FTA를 공식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그동안 진행해온 양국간 FTA협상안을 바탕으로 상품양허 수준,품질기준 등의 상호인정,지식재산권 보호 등 9개 분야 주요 쟁점들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4월 칠레와 FTA를 발효시킨 이후 두번째 FTA 파트너로 싱가포르를 확정짓게 됐다. 싱가포르는 10개국으로 이뤄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주요 회원국이어서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 협상을 시작키로 한 한·아세안 FTA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현재 맥주 등 4개 알코올 음료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사실상의 '무(無)관세 교역국가'여서 FTA의 핵심 효과인 수출증대 등의 반사이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다. 오히려 한국이 FTA를 통해 싱가포르산 수출품에 관세를 물리지 않게 될 경우 인근 동남아국가들로부터의 우회수입이 급증,국내 관련업계의 타격이 우려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아직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있는 싱가포르의 역외가공 제품(인근 동남아국가에서 2차 가공을 거친 제품)의 관세특혜 적용 여부에 대해 내년 상반기 협정발효 전까지 실무협상을 추가로 벌이기로 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우회수입 방지를 위해서라도 역외가공 등 원산지 인증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에 실무협상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분야에서는 금융 운송 통신 등 서비스 부문에 강점을 가진 싱가포르의 대(對)한국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6천여개 다국적 기업과 금융 회사들이 한국 진출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허덕진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싱가포르 FTA는 단기적인 교역 확대 효과보다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장기적인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싱가포르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유치하는 등 정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엔티안(라오스)=허원순.이정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