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한 쌀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락,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저환율(원高)이 지속되는 가운데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외국쌀 수입이 낮아진 단가에 힘입어 급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 '원고'가 추세적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라면 쌀협상에서 다소 양보하더라도 전면 개방을 피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추가양보를 통한 협상 타결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26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쌀협상 때 원·달러 환율의 기본 가정은 1천50∼1천1백72원이었다"며 "하지만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1천50원이 무너진 만큼 환율 가정을 다시 해 막판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는 미국 중국 등의 양보를 전제로 한국측도 MMA(최소 의무수입물량)를 소폭 늘려주는 선에서 절충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쌀협상에 나서면서 세운 대원칙은 '관세화 방식의 시장개방 때 예상되는 쌀수입물량'보다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확대할 의무수입물량'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원칙아래 시장개방 때 예상되는 쌀수입물량을 계산했다.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에 유입될 외국쌀은 환율이 1천1백72∼1천50원 수준에서 움직인다면 국내 소비량의 7.1∼7.5%(36만∼38만t)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그러나 환율이 1천5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1천원 아래로 떨어진다면 외국쌀의 비중은 8%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8% 이상에서 미국 중국 등과 절충해도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보다 손해가 아니라는 얘기다. 관세화 유예 조건으로 미국은 MMA를 국내 소비량의 8.0%,중국은 8.9% 수준을 요구해 왔지만 한국측은 7.5% 미만을 주장,실무협상이 잇따라 결렬됐었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준다 하더라도 중국이 관세화 유예 연장기간을 우리측 협상안인 10년보다 지나치게 짧은 5년을 계속 주장하고,미국은 소비자 시판량을 한국측 20% 수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75%를 고집한다면 협상 타결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