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를 피해 일체의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집중적으로 참선수행하는 불교계의 동안거(冬安居)가 26일 시작된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음력 10월 보름부터 3개월간 이뤄지는 올해 동안거에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등 총림선원 5곳을 포함한 90여개 선원에서 2천3백여명의 스님들이 참여할 예정.지정된 선원 이외에 토굴이나 일반 사찰에서도 수행에 들어가는 스님들이 적지 않아 실제 동안거 참여자는 이보다 많을 전망이다. 동안거 참여자들은 결제(結制)에 앞서 25일 저녁 각 선원에서 안거 기간 동안 각자의 소임 분담표인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며 26일에는 방장이나 조실 등으로부터 결제법어를 들은 다음 참선에 돌입한다. 또 서울 안국선원과 인천 용화선원 등 전국 40여곳의 재가 선원 및 시민 선방에서도 동안거를 시작한다. 재가 불자들의 경우 수험생에서 가정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6천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불교계는 내다보고 있다. 안국선원의 경우 서울에서만 8백명 가까이 방부(안거 참여 신청)를 들여 하루 6시간씩 자율 정진한다. 인천 용화사 보살선원과 부산 혜원정사 원돈선원은 여성 불자들만으로 선원을 운영한다. 동안거 시작에 앞서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24일 발표한 결제법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중국 송나라 고승 법안문익(法眼文益·885∼958) 선사의 선문답을 들려주며 정진을 당부했다. 어느날 법안 선사가 큰방(선방)에 들어와 발(簾)을 가리키자 두 승려가 동시에 발을 걷어올렸다. 그러자 법안 선사는 "일득일실(一得一失·하나는 얻고 하나는 잃음)이로다"라고 했다. 좌우에서 똑같이 발을 걷어올렸는데 왜 한 사람에겐 얻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겐 잃었다고 했을까. 법전 종정은 "결제란 얻음이나 잃음이 있는 것이 아니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결제(안거) 동안 참으로 용맹정진한다면 마침내 일득일실의 경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두 참구를 당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