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한국형 뉴딜동원'을 정면 비판해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파격행보는 '정치인 김근태'에게 분명한 득실을 동시에 안겨줬다.


국민의 소리를 대변한 독자적인 '색깔내기'를 통해 소신의 정치인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킨 것은 분명한 소득이다.


차기 대선 예비주자로서 낮은 대중성이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터에 자신의 존재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김 장관 발언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 8대 2 정도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등 국민 지지를 끌어냈다는 것이 복지부의 자체 평가다.


잃은 것도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파동시 "계급장을 떼고 논쟁하자"며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긴장을 유발하는 등 노 대통령과 여러가지로 감정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터에 다시 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돼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이례적인 유감표명이 나오면서 '두 사람이 마이웨이(정치적 결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런 정치적 상관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장관의 행보였기에 정치적 해석이 따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스스로 강조했듯이 정책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그의 여권내 정치적 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기금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책임져야 할 김 장관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면 자신의 정부내 입지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당 내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실세'에 걸맞지 않는 대접이라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게다가 자신이 고전하는 사이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하는 것이 그를 자극하는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장관은 입각때 통일부장관 자리를 놓고 그와 물밑 신경전을 벌였던 당사자다.


정치적 관점에선 김 장관이 차제에 낮은 대중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의 적극적인 차별화를 통한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그가 만든 '한반도재단'등의 주변에서 최근 그에게 좀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측근은 입각시 "복지부장관으로 가느니 당에 남자"고 그를 압박했었다.


노 대통령이 귀국한 23일 김 장관은 일단 몸을 낮췄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은 안전하게 운용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부처간 역할문제를 지적한 취지는 국민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어느정도 목적은 달성한 만큼 더이상의 파문확산은 원치않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의 입장여하에 따라서는 조기 당 복귀 등을 포함해 거취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연말쯤 개각이 이뤄지면 김 장관의 거취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창·김혜수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