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이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환율은 전주 말에 비해 8원이상 떨어져 1천1백60원선 마저 위태로웠다. 한국은행과의 협의과정에서 몇 번의 통화가 오갔다. 결국 '시장개입' 결정이 내려졌다. 달러 매수주문은 한은 외환시장팀을 통해 몇몇 은행으로 전달됐다. 이날 한은으로부터 '간택'된 은행은 씨티 국민 우리 등 3~4개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본격화되자 다른 은행들의 딜링룸도 분주해졌다. 외환당국의 달러매수 주문을 받을 경우 시장동향에 뒤쳐지지 않게 되는 이점과 짭짤한 수수료 수입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구두개입과 직접개입 우선 '외환시장 개입'이란 각국의 '외환당국'이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통해 환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한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외환당국'에 해당된다. 재경부는 외환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최종 책임을 지며,한은은 재경부와 협의,측면에서 외환정책을 지원한다. 외환시장 개입 방식은 크게 구두개입(간접개입)과 직접개입으로 나뉜다. 환율이 급등락할 경우 정부나 한은 관계자들이 나서 "환율 불안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발언하곤 하는데,이를 '말로' 시장에 겁을 준다는 뜻에서 '구두(口頭)개입'이라고 한다. 이 같은 구두개입만으로 부족할 경우 외환당국은 시장에서 실제 달러를 사고 파는 '직접개입'을 단행한다. 환율 하락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리고(매수개입),반대로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일부 달러를 떼내 시장에 푼다(매도개입). ◆어떻게 개입하나 환율이 요즘처럼 지나치게 빨리 하락할 경우 한은은 재경부와 협의해 국내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에 달러 매수주문을 낸다. 시장개입은 보통 전화로 이뤄진다. 주요 은행마다 외환딜링룸에는 '시장개입용' 주문을 받기 위한 '핫라인(hot-line)'으로 불리는 별도 전화가 비치돼 있다. 이렇게 한은이 사들인 달러는 외환보유액으로 쌓이게 된다. 재경부도 비슷한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만 달러를 사는 데 들어가는 돈은 한은과는 다른 주머니에서 나온다. 현재 1천8백6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에는 원화로 환산해 43조원가량(8월 말 기준)의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라는 정부의 별도 '돈주머니'가 포함돼 있다.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매수대금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없지만 재경부는 외평기금으로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옛 외평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원화)으로 구성된다. 재경부가 환율 하락기에 외평기금 내 원화자금으로 달러를 자꾸 사들이다 보면 원화가 결국 바닥나게 되는데 이럴 때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추가 발행하게 된다. 이 같은 국채의 발행한도는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입의 그림자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특히 달러 매수개입은 한은이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게 되면 그만큼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 따라서 한은은 달러를 사들인 만큼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원화를 흡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통안증권 이자가 '비용'으로 지불된다. 물론 환율이 하락해 보유외환(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평가손실도 발생한다. 재경부가 국채를 발행해 달러 매입용 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이자비용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처럼 재경부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이나 외환스와프까지 손을 댈 경우엔 수수료 비용 외에 엄청난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