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시행 예정인 2단계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권의 시장질서가 확립될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봉주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2단계 방카슈랑스에 포함된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은 상품설계와 보상관계가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최소한 시장질서가 바로잡힐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 환경과 문화를 고려하면 방카슈랑스의 시행은 시기상조"라며 "해외자본을 대주주로 한 은행들이 타 금융권을 지배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방카슈랑스의 전면적 시행을 연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방카슈랑스 도입을 늦춰야 하는 이유로 △미국 캐나다 등 방카슈랑스를 조기 도입한 나라들은 인구밀도가 낮고 금융권간 점포망이 밀집하지 않아 단일 점포에서 여러 종류의 금융상품을 일괄구매하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 △방카슈랑스 도입 국가들이 10년 이상 준비한 뒤 시행한 점 등을 들었다. 이 교수는 "일부에서는 1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에서 드러난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2단계 확대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규제를 통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방카슈랑스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은 미미하고 기존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중소 보험사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는 반면 은행의 수익만 커지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시됐다. 발표자로 참가한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보험시장은 이미 보험사 외에도 농협이나 은행 자회사 등 은행권,우체국 등 공영보험권,교원공제회 등 유사보험 등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방카슈랑스가 확대돼도 시장전체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재식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장은 "은행의 불공정행위가 예상보다 심각하며 방카슈랑스의 최대 수혜자인 은행이 시장질서를 가장 많이 어지럽힌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보험사에 대해서도 "방카슈랑스는 93년부터 예고가 된 것인데 구조조정 등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이제야 문제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해선 금융감독위원회 보험제도과장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2단계 시행 연기에 무게를 뒀다. 반면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보험료 인하 문제는 사업비 부문이 큰 보장성보험 판매가 허용되는 2단계에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연고 판매가 많은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특성상 설계사들의 실직 문제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2단계 시행을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