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상적자가 심각해 향후 달러 가치를 더떨어뜨릴 수 있다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적은 `낙관성경고' 성격을 띠는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이 19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블룸버그와 다우존스는 그린스펀이 선진-신흥국간 베를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 참석에 앞서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금융인 모임에 참석해 이렇게 발언하면서도 "시장이 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한데 대해 전문가들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뉴욕 소재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피터 크레츠머 애널리스트는 다우존스에 "그린스펀이 과거에도 (외환시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강도가 센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그린스펀이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점진적'으로 고쳐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레츠머의 이런 표현은 FRB가 그간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유지해왔음에 빗댄 것이다. 그린스펀은 앞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적자재정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크레츠머는 "그린스펀이 의도적으로 적자 문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게 아닌가하는 판단"이라면서 "경상적자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정도로 확대된 상태에서달러 약세가 이어지자 (FRB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소재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수석통화전략가 라라 라메도다우존스에 "그린스펀의 이번 발언을 의미있게 봐야 한다"면서 "FRB가 달러 약세를용인한다는 점과 (적자 문제를) 조정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두가지 측면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라메는 또 그린스펀이 이런 민감한 발언을 유럽에서 했다는 `장소의 의미'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G-20 회동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와 만나는 점을 상기시켰다. 즉 달러 하락에 대한 우려란 측면에서 그린스펀과 트리셰간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린스펀의 `낙관성 경고'라는 시각은 일본계 금융회사 쪽에서도 나온다. 뉴욕 소재 다이와증권의 마이클 로란 애널리스트는 다우존스에 "FRB 의장이 긍정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만약 그가 비관적인 신호를 시장에던지면 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부각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점도함께 강조해 시장을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로란은 그 근거로 그린스펀이 "미국의 경상적자로 인해 향후 달러 투매가 촉발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며 중앙은행이 이를 견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이 장기적으로 그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 점을 상기시켰다. 블룸버그도 19일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의 개리 스턴 총재가 이날 미국내 한모임에서 "시장 경제가 (경상적자로 인한 문제를) 늘 잘 조정해왔다"면서 따라서 "(경상적자의 심각성으로 인해) 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속단하는데는 찬성할 수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서 13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마크 스핀델도 블룸버그에 "FRB가 고질적인 경상적자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 약세가 인플레 측면에서 또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상원 금융위원장인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공화ㆍ앨라배마주)도 한 회견에서"적자를 축소하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FRB 지도부가 이미 지난 6월에 경상적자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분석을 실무진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면서 지난 9월 21일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경상적자를 "우려한다"는 표현이 포함돼있음을 상기시켰다. 회의록 은 지난주 공개됐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